내용은 대략 인터넷에서 퍼온 내용으로 브런치를 운영하시는 작가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브런치 법'에 '그래선 안 된다'고 쓰여 있진 않다. 작가님(?)이 브런치를 스크랩 블로그처럼 운영하는 것도 자유이긴 하다. 도가 지나치지 않다면 말이다. 참고로 다른 사람이 인터넷 공간에 쓴 글을 단순 스크랩하는 것도 도가 지나치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창작자라면 화가 나는 일임엔 분명하나 제3자가 멀리서 보면 그저 '전략적 차이'일지도 모른다. 카카오나 프로 불펌러는 아예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댓글을 보다가 'S 모 씨'라는 유명 인물을 알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그는 "S 모 씨가 S 모 씨 했다"고 고유명사화되었을 정도로 그 분야에선 독보적이었다. 남의 글로 공모전에 당선. 그것도 한두 차례가 아닌지라 뉴스는 오히려 S 씨보다 공모전의 허술함을 비웃었다. "공모전이 또 공모전 했다"고.
DeviantArt라는 커뮤니티에 올린 그림에 누가 NFT를 달았고 원작가는 오히려 DeviantArt로부터 자신의 그림이 다른 이(NFT를 소유한)의 그림을 도용했다고 경고를 받았다. 지금 NFT 세상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젠 원작을 내보이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하는 듯하다.
#3
S 씨를 검색하다가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로 흘러 들어갔다. 문학갤러리였다. 별별 글이 다 올라오는 곳이긴 한데, 작가 지망생이 많이 있어서 그런지 진지한 토론(신춘문예 같은)도 가끔 보였다. 신춘문예 작품과 심사평을 공개적으로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덕분에 올해 수상작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역시... 이 경지는 내가 감히 바라볼 성격이 아닌 것만은 잘 알겠다. 다만 신춘문예 쪽도 경쟁률이 어쩌고저쩌고 특정 부류의 작가만 되니 어쩌니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건 브런치와 비슷한 것 같아서 신기했다.
자신의 글을 올리고 평가해달라는 글도 종종 보였다. 사이트의 특성상 평가를 구하는 건 무모한 행동 같아 보이지만, 한편으론 충분히 이해된다. 나는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궁금할까. 진지해 보이는 글에는 비교적 진지한 댓글도 달렸다.
요즘 젊은 애들 글이나 책을 사서 보진 않지만(세대 차이라고 해두자) 문갤만 봐도 뭘 느낄 수 있냐 하면 자신을 위한 글이라는 거. 그래서 이런 글들은 일인 출판사 같은 데를 통해서 한 권 가지고 있어도 좋겠고 그렇네. 친구들 나눠주고.
사이트의 분위기를 대충 살펴보니 이 정도만 해도 매우 상냥하게 평가해주는 축에 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분 나쁠 만한 표현은 하나도 없지만, 뼈가 있다는 건 글 좀 쓴다는 분은 느낄 것 같다. 어차피 익명의 공간에서 평가하는 사람이 평론가인지 작가인지 지망생인지 알게 뭐고 따라서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글쓴이의 마음이다만. 이 사이트에서 '브런치 작가'에 대한 시각이 어떤지는 마음이 상할까 봐 따로 찾아보지 않았다.
#4
의식의 흐름은 대충 그랬지만, 결국 무의식중에 글쓰기를 미루는 변명을 찾는 걸지도 모르겠다.
- 내가 열심히 쓴 글을 브런치에 올렸는데, 정작 득을 보는 건 다른 사람일까 봐 두렵다.
- 나는 진지하지만, 남이 보기엔 자아도취에 지나지 않는 노잼 글일까 봐 두렵다.
- 글을 써서 당장 보상을 받는 것도 없는데, 괜한 논란으로 마음고생만 하는 일이 생기진 않을까 두렵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미 자의식 과잉이다. 나는 하위 N % 의 이야기꾼이다. 쓸데없는 걱정만 가득한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