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산 Sep 04. 2021

카카오 뷰에 결국 이런 게 나왔다

누군가는 작가님들 글 모음집만으로 푼돈을 번다. 동의된 건가?

이전 글에서 "누가 다른 작가님의 브런치 글을 스크랩한 카카오 뷰로 돈을 버는 건 문제가 없는 건가?"에 대한 이야기를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하나 나온 것 같습니다. 이건 당연한 수순일 거예요.


카카오 뷰가 좀 번잡해서 평소엔 카카오톡의 가운데 탭을 누르지 않습니다. 예전엔 (편향적이지만) 뉴스라도 볼까 싶어서 종종 눌렀는데요. 그런데 오늘 우연히 들어가 보니 저의 눈길을 끄는 한 카카오 뷰 보드가 있었습니다.


ㅁㅁㅁ 브런치


이 보드는 브러치 홈이나 공식 앱의 '브런치 인기글'을 형식 그대로 옮겨온 보드입니다. 처음엔 '브런치 공식 보드인가?'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프로필 사진도 브런치를 흉내 냈거든요. 만년필 배경에 'b'라는 글자까지.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브런치 공식 로고인 만년필 같은 멋들어진 b 가 아니라 일반적인 통통한 b입니다. 아무리 봐도 공식은 아닌 것 같군요.


아직은 구독자가 많진 않아 보이지만 이런 보드를 보면 좀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이게 어떤 느낌과 비슷하냐면요.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 자신이 플랫폼에 올린 무료 소설을 누가 텍본 (불법복제)으로 잘 정리해서 돈 받고 팔고 있는 걸 안 기분. 아니 무료인데 도대체 왜?


아예 브런치 로고도 갖다 쓰는 건 어떠세요? 결국 브런치는 그래도 회사니깐 문제 될까 봐 피했다는 거잖아요. (아주 법에 막무가내는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작가들은 괜찮다'라고 생각했고요.


사실 이러한 행태는 저작권 침해인지 애매합니다. 왜냐면 분명 브런치도 다른 SNS와 마찬가지로 '공유' 기능이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공유하고 널리 퍼지는 것도 작가님에게 좋은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드 주인도 그런 좋은 의도로 만드신 거겠죠? 대신 약간의 '수고비'를 챙기고요. 그런데 선은 넘지 말아야겠죠. 보드에 스크랩된 작가님들은 지금 '공짜'로 글을 쓰고 계신다고요. 너무나 많은 작가님들의 글이 스크랩되었는데, 우습게도 그럼 작가님들의 권리가 많이 모여서 더 큰 침해가 되는 게 아니라 한 분 한 분의 권리가 희석되어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어요. "뭘 그런 거 가지고 유난이세요. 다른 작가님은 가만히 있는데"가 되어 버린.


그리고 이런 류의 보드를 사람들이 바보라서 안 만든 게 아니에요. 푼돈 벌다가 애매한 일에 휘말려서 고생할까 봐 안 하는 거라고요.



내가 인터넷 상의 남의 글을 스크랩해서 운영하는 블로그는 저작권 침해를 항상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애드센스 같은 거 붙여놓았다면. 그런데 어떤 땐 이게 정말 애매해서 사실 불법인지도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의 변화를 법이 못 따라가는 거죠.

위 판례는 ㅁㅁㅁ 경제토론방에 M이 쓴 글 278개를 글쓴이의 동의 없이 자기가 만든 사이트에 'M 글 목록'이라는 게시판까지 만들어 게재한 A 씨에 대한 결입니다. 이것도 무려 대법원까지 간 거예요.

법원은 "M이 자신이 쓴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의사로 위 게시판에 위 글들을 올렸다고 하여도, 이는 어디까지나 위 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위 글들을 열람하고 개인적으로 소장하거나 위 글의 내용을 지인들에게 전파하는 등 저작권 침해에 이르지 아니하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를 이용할 것을 예정한 것으로서, 이를 넘어 타인이 위 글들을 복제 · 전파하는 것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의미라고 볼 수 없으며, 타인이 위 글들을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한데 모아 일괄 복제하여 게재하는 행위까지도 묵시적으로 허락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에게 저작권법 위반 유죄를 선고하였던 바 있습니다.


즉 공유가 자유로운 것 같아 보여도 암묵적인 선 (특히 영리 활동은 좀...)은 지켜야 하는 겁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다시 카카오 뷰 ㅁㅁㅁ 브런치를 바라보면 절대 '내 브런치를 홍보해주는 고마운' 보드로 보이진 않습니다.


추후 보드가 더 유명해지면 분명 탈이 날 것입니다. 광고 수익으로 용돈을 얼마나 버실지는 모르겠으나, 번거로운 일이 더 많아질 계륵으로 보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