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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Sep 03. 2021

이젠 트위터도 구독 (=슈퍼 팔로우)으로 갈 거란다

혹시 브런치만의 유료 모델이 생긴다면 이런 형태가 될지도 모르지요

어제 (현지시간 9/1) 트위터는 '슈퍼 팔로우(Super Follows)'라는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괜히 트위터 해서 좋은 꼴 못 본 케이스만 봐온 저는 트위터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구식이라는 느낌 (혹시 버디버디 아세요?)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트위터도 이제 구독 체제로 가겠다고 하니 이건 좀 흥미로웠습니다. 트위터 단편문학 (?)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에요. 아마 글이 아니라 사람에게 바치는 조공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내용을 보니 아무나 돈 버는 건 아니고 조건이 있었습니다.


1. 팔로어가 1만 명 이상이어야 함
2. 최근 한 달 동안 최소한 25번 이상 트윗을 해야 함
3. 미국 거주 18세 이상
4. 트위터에게 신청서를 제출해서 심사를 통과해야 함


1~4를 만족하면 자신의 슈퍼 팔로우의 가격 (= 구독 가격)을 2.99, 4.99 또는 9.99 달러로 책정할 수 있고, 팔로어들이 구독하는 식이라고 합니다. 한국화 해보면 대략 월 3천 원/5천 원/1만 1천 원 정도 하겠군요.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가 월 1만 4,500원 정도 하니까 본인의 콘텐츠가 넷플릭스와 견줄만 (?)하다고 생각하면 월 1만 1천 원 구독료를 책정해도 되겠는데, 실상 그 정도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연예인급' 아니고서야 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연예인이라고 해도 썩 보기 좋은 현상은 아니어 보입니다. 흔히 말하는 '조공'같아서요.


다음은 슈퍼 팔로우의 수익 계산 예시라고 합니다.



If I convert 10% of my followers to #SuperFollows, I'd make $37K/month.

Apple's 30% cut is brutal:

((10% * 110K followers) * $4.99) * 97% = $53,243.30 - Apple's tax = $37,270.31

 After month two, I'd make

((10% * 110K followers) * $4.99) * 80% = $43,912 - Apple's tax = $30,738.40


11만 명 정도 되는 팔로어를 가진 사람 (세상엔 정말 인기쟁이들이 많군요)이 만약 팔로어 중 10%가 월 $4.99를 내고 슈퍼 팔로우가 되면 월 3,500~4,000 만원의 수익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는군요. 저는 환율을 잘못 계산한 줄 알고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물론 놀라운 건 놀라운데, 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겁니다. 이게 아무나 되는 건 아닌 거죠. 누군가는 돈을 벌긴 버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허상 같은 이야기. 결국 역시 '인기'의 힘을 또 체감할 뿐입니다.


인기에 대한 글을 쓴 변방의 한 브런치 작가 글




브런치 문학은 트위터 문학과 아무래도 호흡이 다를 텐데요. 그래도 브런치가 카카오뷰 말고 자신만의 유료 모델을 만든다고 하면 슈퍼 팔로우 참고하지 않을까 각해봅니다.


우선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도 심사를 이미 받는 거긴 하지만 솔직히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니... 여기서 구독자 수와 콘텐츠 생산 능력을 증명받아 또 심사를 받아서 유료 구독 작가가 되는 시스템이 된다면? 아마 전 이것도 쉽진 않을 것 같네요 ^^;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에요. 제가 알기론 브런치를 만드신 분들은 작가님이 인기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았거든요.


(전략)
브런치를 설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에 대해 묻자 허유진 디자이너는 ‘라이킷(좋아요)’ 버튼을 꼽았다.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숫자는 때로는 절대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콘텐츠가 숫자로 비교·평가될 수 있다는 건 자칫 작가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독자가 댓글 외에 할 수 있는 피드백도 필요했다.

그래서 브런치는 숫자가 작가의 ‘레벨’로 평가되지 않도록, 라이킷 숫자를 작가만 볼 수 있게 했다. 저작물에 대한 평가는 작가의 몫으로 남긴 셈이다.


그러니까 첨엔 라이킷 수조차 표시되지 않게 만들었던 것이 브런치였군요. 그러나 다양한 피드백이 반영되어 지금의 모습이 된 거겠죠. 그리고 앞으로도 변할 거고요.


그런데 전 월 500원짜리 펄프 매거진도 좋을 것 같아요. 비록 싸구려 잡지 취급당했지만 결국 많은 걸출한 작가님을 배출했죠. 스티븐 킹도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에서 싸구려 잡지에 투고했던 시절을 추억했어요.


내가 실제로 출판한 첫 소설은 앨라배마 주 버밍햄의 마이크 가레트가 발간하던 공포 잡지에 실렸다(마이크는 여전히 건재하며 아직도 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중편 소설을 <공포의 암흑가>라는 제목으로 출판했지만 나는 지금도 내가 붙인 제목이 더 좋다. 내 제목은 <나는 십대 도굴범이었다>였다. 슈퍼 막강! 뿡야!

-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 중에서


브런치도 후대엔 그렇게 평가받는 날이 올 거라 상상해보곤 해요.




아! 그리고 오랜만에 '유혹하는 글쓰기'를 다시 읽으니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서 소개드려요. 전에 읽었을 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이어서 그런지 이번엔 느낌이 좀 다르게 다가오네요.


(전략. 스티븐 킹이 여러 잡지사에 원고를 투고했고 계속 거절당했다는 내용. 어느 날 스티븐 킹은 벽에 못을 박고 거절 쪽지에 '행복 교환권 (=많이 모으면 사은품으로 바꿔주는 쿠폰 같은 것)'이라고 적은 뒤 못에 찔러 넣었다고 함.)

내가 열네 살쯤 되었을 때 그 못은 꽂혀 있는 거절 쪽지들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못을 더 큰 것으로 바꾸고 글쓰기를 계속했다. 열여섯 살 무렵에는 거절 쪽지의 친필 메모도 스테이플러 대신 클립을 사용하라던 충고보다 좀 더 용기를 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희망적인 메모를 처음 보내준 사람은 당시 <팬터지와 과학 소설 F&SF>의 편집자였던 앨지스 버드리스였는데, 그는 내가 쓴 <호랑이와 밤>이라는 소설을 읽고 이렇게 적어주었다.

‘좋은 작품입니다. 우리 잡지엔 안 맞지만 훌륭해요. 당신에겐 재능이 있군요. 다시 투고해주십시오.’

만년필로 휘갈겨 써서 여기저기 큼직한 얼룩이 남아 있던 이 짤막한 네 문장은 내 열여섯 살의 우울한 겨울을 환히 밝혀주었다.

그로부터 여남은 해가 지나고 장편 소설 한두 권을 출간했을 때 나는 옛날 원고가 담긴 상자에서 <호랑이의 밤>을 다시 발견했는데,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한 신출내기의 솜씨라는 것이 명백했지만 내용은 제법 쓸만해 보였다. 나는 그 작품을 고쳐 썼고, 일시적인 충동으로 다시 F&SF에 투고했다. 이번에는 잡지사도 이 소설을 받아주었다.

지금까지 자주 경험한 일인데, 조금이라도 성공을 거둔 소설가에게는 잡지사도 ‘우리 잡지엔 안 맞는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저는 잡지사 <팬터지와 과학 소설>과 편집자 앨지스 버드리스 일화가 낭만적으로 느껴졌는데요. 브런치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 그리고 마지막 줄도 인상 깊어요. 역시 스티븐 킹.


조금이라도 성공을 거둔 소설가에게는 잡지사도 ‘우리 잡지엔 안 맞는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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