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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Aug 30. 2021

브런치 공모전에 또 떨어졌습니다

이번엔 일찍 발표했네요. 고마워요. 씁쓸하고 달콤한 좌절의 맛

여러분 항아리 게임이라고 아시나요. 저도 해보진 않았는데 유튜브 영상만 봐도 성질 버릴 것 같은 게임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 시시포스가 있었다면 현대에는 항아리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의 묘미는 죽을 둥 살 둥 산을 오르다가 작은 실수 하나로 떨어지기만 해도 처음 위치로 되돌아가버린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만든 개발자 베넷 포디(Bennett Foddy)는 일찍이 좌절감에 대한 글을 남긴 바 있는데요. 그중 'Start Over(다시 시작하기)'가 적용된 작품입니다.


1. Nearly There, But Not Quite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 안 되네
2. Start Over
    처음부터 다시 해
3. There And Back Again
    가봤더니 별 거 없었고 다시 돌아와야 함
4. Are We There Yet?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5. Going Nowhere
    계속 제자리네
6. Going There Is Not Allowed
    너는 안돼
7. No luck
    운도 없네
8. Others Can Get There, But I Can’t
    남들은 다하는데 나만 못 하네
9. I Don’t Know What The First Step Is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10. I Am There, But So Is My Opponent (A Draw)
   드디어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도 다 하는 거였어
11. We’ve Been Here Before
   이거 전에도 했는데 또 해? (= 삽질)

도대체 이런 게임을 왜 하는 거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브런치 공모전을 보니 어라? 1번부터 11번까지 전부 해당되네요. 아 10번 빼고요. 전 안 되었으니까요.


아 이 맛에 공모전 하는구나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때는 '솔직히 내가 부족했지'라고 생각하고 당선 작품들을 (비록 취향에 안 맞는 부분이 있더라도) 찬찬히 다 읽어보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그냥... 모르겠습니다.


당선 작품들 중 제 눈길을 끈 것은 예상하셨겠지만 바로 이 작품이지요. Zero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보면서 저도 사람인지라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없습니다. Zero 작가님,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죄송해요ㅠㅠ


- 각종 문학상 및 공모전 당선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 검증된 작가라서?)

- 작가 경력이 더 오래되어서? (= 검증된 작가라서?)

- 구독자 수가 더 많아서? (= 검증된 작가라서?)

- 라이킷 수가 더 많아서? (= 검증된 작가라서?)

- 내가 너무 주절주절 말이 많아서? (오디오북이라는 매체를 고려?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부족해서?)

- 내 작품은 '픽션'이라고 소개해서? (= 덜 치열해 보여서?)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네 아무래도 아마 좀 쉬라는 뜻인 것 같아요. 공모전이 주는 좌절감은 누군가에 대한 질투로 쉽게 변질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건 강렬한 에너지거든요. 마치 도핑과도 같이 나에게 힘을 주지만 파괴시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질투의 힘을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남을 끌어내리려고 하지 말고.




그래도 확실히 오늘은 좀 우울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아셨는지 (짐작은 가지만) 당선 작가님께서 오셔서 제 글에 라이킷을 살며시 주고 가셨습니다. 전 그것이 마치 따스한 무언의 응원 같아서 위로가 되었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저도 또 도전해 볼게요. 'Start Over'가 되어버렸지만, 어차피 브런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인생이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Get Over It'예요.


그럼 시시포스는 또 돌 굴리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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