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는 준비하지 못할 것 같다
아마도
#1
글을 자주 쓰지 못할 것 같다. 뭐 대단한 이유는 없지만, 내 삶을 좀 정리해 봐야겠다.
#2
우선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 거창하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정말 손이 많이 가서 하는 말이다. 안 그래도 얼마 없는 내 여유 시간은 덕분에 잘게 쪼개져 의미 없는 조각으로 흩어지고 있다. 물론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자기개발서처럼 생각하곤 하지만... 솔직히 사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3
나는 의사이지만, 아시다시피 요즘 시국이 혼란한지라 사람들이 자꾸 의새라고 하는 것 같다. 내 앞에선 웃는 얼굴로 진료 보고 나간 환자 중에도 댓글로 의새 욕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뉴스를 보며 침울해 있는 나를 보며 절친은 말했다.
"댓글은 의사를 욕하는 거지 너를 욕하는 게 아닌데, 네가 무슨 의사 대표라도 되니?"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방구석 키보드 전사들에게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걸지도.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의사를 비난하는 것과 정부가 아예 의사를 악마화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난 최근의 사태에서 학창 시절 트라우마를 떠올리곤 했다.
이 싸움이 어떤 결말로 끝나게 될진 모르겠으나, 아마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또한 걱정거리이다. 하긴 그래도 난 일하고 있지 않은가? 전공의 선생님보다는 훨씬 상황이 나은 것이다. 젊은 후배에게도 늘 죄송한 마음이다.
아무튼 매일 정신이 마모되고 쓸데없이 복잡하여 글쓰기도 위축되는 것 같다.
#4
그리고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말인데, 공고문은 거창하지만 사실 기존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① 소설 부문을 따로 뺐다지만, 해당 파트너 출판사는 원래 소설류를 선호해서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② 어차피 총 10명 뽑는 건 동일하기 때문이다.
바뀐 건 브런치가 댓글을 닫아버린 것뿐. 반발이 있을 거라 예상해서 그랬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여우의 신포도' 같은 것도 없는 건 아니지만, 상기 이유로 시간, 체력, 정신에 여유가 없다 보니 "확실히" 가치를 인정받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고로 예전처럼 공모전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좀 힘을 빼고 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무슨 천재이거나 타고난 천운이 있는 것은 아니니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일 것 같다.
#5
그래도 가끔 맛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낵 글을 쓰고 싶어지는 욕심은 항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