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고 죽음을 피할 수 없다만
#1
별일 없는 안부를 주고받았던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다. "1월이나 2월쯤 밥 한 번 사줄게"라고 했으니. 물론 예의상 한 말이라 생각했고, 나도 얼굴 한번 보기 위해 작심하고 하루를 빼 먼 거리를 가기엔 좀 애매했다. 그냥 안면이 있는 것보단 약간 가까운 사이. 근데 그가 말했던 밥을 이렇게 얻어먹게 될 줄은 몰랐다.
#2
물론 젊다고는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 이른 나이이다 보니 애도의 마음보단 '도대체 왜? 어째서?'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왜 장례식장에서 그런 종류의 사람들 있지 않은가? 고인의 사인이 궁금해서 유가족 몰래 수군거리는. 그딴 게 왜 궁금한지 꼴불견이었는데, 지금 나도 너무 궁금해서 미치겠으니 참 모순적이다.
그땐 내가 어려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방문했던 타인의 장례식은 말하자면 주로 유가족을 만나기 위함이었고 고인은 일면식이 없었던 것이다.
#3
당연하게도 의사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렇지만 아내가 있고, 자식이 크고 있고... 세상은 발전하고, 코스피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AI라든지 신기한 기술이 연일 나오고 있는데, 왜?
정말... 지금은 '왜?'라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