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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Nov 09. 2021

2021년 11월 둘째 주 브런치 일기

밤새우면서 쓰는 잡담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이 마감한 지 벌써 2주가 넘어간다. 마감한 자정부터 분석 글을 쓰기 시작해 잠도 안 자고 글을 올리기도 했던 마니아 같은 열정도 마찬가지로 시간에 물 타듯이 희석되어 가는 듯하다. 느낌으로는 훨씬 더 오래전 일 같아 내 브런치가 거미줄이 쳐진 흉가가 되어 있을 것만 같은데, 사실 그거에 비하면 많은 시간이 지나진 않았다. 이것이 SNS 중독인가. 벌써이면서도 아직이다.


휴식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텐데 성격 탓인지 상황 탓인지 그다지 쉬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까닭 없는 불안감으로 괜스레 울적한 기분이 드는 걸 어찌할 수가 없어 당혹스럽기도 하다. 이 글도 원래 지난주에 쓴 건데 너무 가을을 심하게 타서 감상이 폭주한 건 아닌가 싶어 발행하지 않고 서랍에 넣어놓고 있었다. 오늘 꺼내 보니 역시나 또 대차게 이불킥할 뻔했다. 11월 첫째 주의 내용을 지우고 둘째 주를 다시 써 본다.


누가 묻지도 않은 내 근황을 왜 얘기하는 걸까. 결국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 거겠지. 브런치는 모두각자의 섬에 살고 있다. 하얀 밤 해변에 앉아있다가 문득 인생이 사무치게 두려울 때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또 글을 남기곤 한다. 아 또 가을 탔네.


요즘 또 까닭 없는 두려움이 드는 건 아마도 이직을 알아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친구는 대부분 강호로 떠났고 누구는 일가를 이룬(=개업) 이도 있는데, 나는 아직 문하를 떠나지 못했다. 대 스승의 뒤를 따를 역량은 안 될 것 같으므로 나도 결국 떠나긴 해야 할 것이다. 그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쩍 나가야 할진대 우유부단한 제자는 뭐가 그리 두려운지 고민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훗날 재미있는 글감이 될 수 있겠지...


브런치 공모전은 말하자면 나의 존재를 시험해보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내 글이 과연 어디까지 닿을지. 다른 의사들이 모두 뭔가 대단해 보이는 가운데 나도 어떤 한 의미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낙방에 실망도 많이 했다. 조바심이었다. 당연하지만 내가 조바심 낸다고 공모전이 호락호락하게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탈락이었다.


다만 지금은 처음보다 여유가 많이 생겼고 글쓰기 자체가 좋다. 공모전에 탈락해도 내 글은 남았다. 지금보다 훨씬 더 시간이 많았을 때도 생각만 하고 못 썼던 글을 공모전이라는 데드라인으로 어찌어찌 쓸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그냥 그게 내가 글 쓰는 방식인 것 같다. '시간이 촉박했다'라고 아쉬움이 들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시간이 촉박해야 글이 나오는 사람인가 보다.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비밀 하나를 말하자면 이번 브런치북 공모전을 준비할 때 글 하나를 따로 빼서 다른 공모전에 냈었다.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에 제출했던 브런치북에 있었던 글인데, 해당 글은 내렸지만 다듬어서 제출하려고 했다가 독립된 수필로 따로 써서 냈다. 그리고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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