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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 속 쉼터 Jan 14. 2024

경청

 대화에서 말을 잘하는 것보다 잘 들어주는 게 어렵다. 말을 잘한다는 건 내 생각을 조리 있게 한다는 것이다. 즉 나를 보여주는 행위다. 반면에 잘 듣는다는 건 대화에서 나란 존재를 지우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처음 상대를 만났을 때는 흐릿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하얀 도화지와 같다. 이 빈 공간을 상대방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가며 또 다른 상대방을 만드는 것. 아니 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그게 경청인 것 같다.


나로 가득 채운 나의 세계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게 아닌, 오로지 상대로 가득 찬 세계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 세계를 그려가며 느껴진 감정과 생각에 동화되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경청이다. 


 그래서 경청은 어렵다. 나로 가득 찼던 인생에서 나를 지워야 하는 것이란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나는 나를 지워보려고도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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