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의 함정

지름길만 찾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다

by 남시언

평범한 사람들은 효율적이란 문장에 쉽게 이끌린다. 이게 좋다고하면 이쪽으로, 저게 좋다고하면 저쪽으로 휘둘리다가 나중에보면 남아있는게 하나도 없어서 허무함에 빠지지만. 트위터가 인기라고하면 트위터로, 페이스북이 대세라면 페이스북, 그 다음 카카오스토리로, 인스타그램으로, 스냅챗으로 옮긴다. SNS가 처음 히트칠때만해도 블로그 같은건 낡은 플랫폼이라서 조만간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래서 알고지내던 여러명의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그만두고 SNS로 갈아타기도 했다. 블로그는 구닥다리고 SNS야말로 세상을 뒤집을 새로운 소셜미디어채널 이라는게 정설인때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보면 어떤가? 블로그는 여전히 인기있는 플랫폼이다.


서점의 블로그 책 코너는 SNS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진짜 말도 안되는) 책들이 대채했고 이 현상은 지금도 이어진다. 이 책들이 말하는 메시지는 대체로 이렇다. "유튜브로 100억 벌기!", "인스타그램 효율 마케팅을 위한 101가지 꼼수(+자동화 팔로우 및 댓글달기 프로그램 다운로드 링크 첨부)"


효율성이 문명을 발전시킨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규모있고 복잡한 수학계산을 위해 계산기와 컴퓨터를 만들어 낸 사실만봐도 알 수 있다. 컴퓨터는 계산기다. 지금 이 글 역시 엄밀히 말하면 계산기로 쓰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하는 일과 전문성 측면의 효율성에는 함정이 존재한다. 효율적이라는 함정이다. 사람들은 보다 간편하고 쉬운 방법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언제나 효율성에 굶주려있다. 기타 연주를 잘하고싶은 초보 연주자는 어떻게하면 기타를 남들보다 좀 더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방법들을 검색이나 책 등을 통해 찾게된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이후다. 기타를 잘 치는 유일한 방법은 연습이다. 그러나 효율적이라고 알려진 근거없는 방법들에 심취하다보면 정작 해야할 연습은 안하고 계속 방법만 찾게된다. 방법론은 중독성있는 마약과 같아서 더 좋고 더 빠른 방법... 이것보다 더 빠른 방법, 더 빠른 방법보다 더욱 빠른 방법...을 계속 찾게된다. 결국 연습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아무리 많은 방법을 알고있어도 기타를 잘 칠순 없다.


글쓰기, 비즈니스, 영업, SNS 운영, 사진촬영 및 동영상 촬영과 편집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 거의 대부분이 이런식이다. 가장 기본적인건 연습이고 훈련이다. 글쓰기 방법론 책 수백권을 달달 외운다고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쓰는건 아니다. 글을 잘 쓰는건 글쓰기를 지겹도록 연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방법론을 달달 외우는 사람이라면 실력도 준수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말만 늘어놓는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전략이 바로 방법론만 늘어놓고 일은 대충하는(일을 잘 하지 못하므로)것이다.




효율성은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들어 소설을 쓰는데 노트에만 계속 쓰던걸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운 다음 온라인에 쓰게되면 좀 더 나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을 써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기본은 변하지 않으니까 기본인 것이다. 기본을 잊게되면 정작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남는다.


자기 PR 시대이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인기있는 시대이지만 진짜 실력가는 말이 별로 없는 법이다. 전문가는 결과물로 증명하고 승부하기 마련이다. 당신이 정말 결과물에 자신있는 실력가라면 굳이 말을 주구장창 늘어놓을 필요가 없지않은가? 결과물을 보여주면 그만인 것을.


책쓰기가 퍼스널브랜딩에 크게 기여하는 이유는 굉장히 지루하고 효율적이지 않은 작업인 까닭이다. 누군가가 책을 썼다는 사실은 (대필을 했든 어쨌든간에), 그 사람에게 상당한 기본지식 및 오래도록 훈련한 노하우가 있음을 증거하는데 기여한다. 이미지를 그렇게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이들이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책을 쓰려고하고, 책쓰기가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으로 300억 벌기>라는 책을 써서 강연 등 기타 소득으로 300억 벌고 그 돈으로 부동산 산다는 우스갯소리는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글쓰기를 잘하고싶으면 다른건 둘째치고 글을 써야한다. 그것도 많이. 지루하고 힘들고 귀찮음을 참아내야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을 배우는 것, 방법론을 익히고 기술을 꼼꼼하게 따지는건 나중 문제다. 글을 쓰려면 글 쓸 시간을 확보해야하는게 인지상정이므로 다른걸 포기해야한다. 예를들면 TV 드라마 보는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잠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어쨌거나 글을 잘 쓰고싶으면 글쓰기를 계속, 주기적으로, 열심히 해야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책 수백권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한 문장 직접 쓰지않으면 영원히 글 같은건 못쓴다. 그냥 아는 것만 많은 사람이 될 뿐이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 애인은 없는데 남녀 관계에 빠삭한 연애 박사 한 두명쯤은 있다. 그들은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다 알고 친구들의 연애 상담도 곧잘해준다. 말만 들으면 돈주앙이 따로없는데 정작 본인은 애인이 없다. 연애를 하려면 연애를 공부하기전에 용기를 갖고 연애에 직접 도전해야한다.


실전이 최고다. 효율성은 실전에서 쌓은 경험들이 쌓이고 쌓일 때 정확하게 나온다. 처음부터 효율을 찾지말라. 뭔가를 빠르고 쉽게 하는 방법 같은건 세상에 없다. 빠르고 쉽다는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아무런 가치도 없다. 지름길을 찾다가 오히려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효율성은 상당한 식견과 실력을 갖췄을 때 비로소 찾는 것이다. 경험이 많다면 효율성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유명한 작가들 중에는 여전히 원고지나 종이에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글을 써도 키보드로 타이핑하는 것과 속도 차이가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종이를 고집한다. 도대체 왜? 그게 정도의 길이기 때문이다.


시간관리를 도와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300개를 설치해도 몸이 시간관리를 못하면 말짱 꽝이다. 시간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없어도, 아니 시계 자체가 없어도 본인이 시간을 잘 관리하면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기본을 잘 지키자. 원점으로 가자.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신기루는 함정 투성이에 지뢰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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