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으론 아무것도 못한다

아이디어는 실력에서 태어난다

by 남시언

요즘은 지식노동자, 창의력과 창조, 신기술 개발, 집단지성과 소셜네트워크 시대라는 추상적인 이름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창의력이 강조되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극소수의 성공사례가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이디어를 돈으로 만들 수 있고 거래가 가능한 재화라고 본다. 아이디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약간의 가치는 있다. 우리가 직장에서 시간과 월급을 교환하듯(exchange), 아이디어를 다른 무언가와 교환하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번뜩 떠오르는 찰나의 순간에 해당하는 아이디어와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말하자면 약간 보수적인 아이디어, 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아이디어는 전자, 그러니까 두뇌에서 전구가 반짝이며 불현듯 떠오르는 좋은 생각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우리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후자, 경험과 실력에 기반을 둔 사소하지만 강력한 생각들이다.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져있다보니 말로만 떠들어대는 사기꾼들이 여기저기에서 출몰한다. 그들의 명함에는 '아이디어 전문가'라는 이상한 타이틀이 붙어있다. 아이디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의 강의에는 '아이디어 발상법'이라던지 '아이디어 뽑아내기'같은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구성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이디어 자체를 전문적으로 다룬다는건 코미디나 다름없다. 아이디어라는건 자신의 특화된 전문분야에 한정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멋진 아이디어만 있으면 당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디어만으로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리거나 훔쳐서 쓰는건 가능할 수 있어도 아이디어 그 자체만으로는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들어 세계 최고의 소설 주제를 생각해냈다고 해보자. 1년뒤에 당신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않다. 책 쓰는 방법과 책 출판 프로세스, 책이나 글을 쓴 경험, 문장과 문법에 대한 지식, 전체적인 구성과 표지 구성, 디자인 등 공부해야할 것이 넘쳐난다. 아무리 좋은 소설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한들 소설을 쓰는 법을 모르면 말짱꽝이다.


디자인은 또 어떨까?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당신에게 있어도 그걸 실제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 실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세상 사람 그 누구도 그 아이디어를 알 수 없다. 디자인을 말로 설명한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디자인은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일이다. 디자인 아이디어는 그 아이디어를 디자인화 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을때 실현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곳은 역시나 온라인 매체 쪽이다. SNS나 블로그,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획서에는 마치 다들 짠 것처럼 'OOO 아이디어를 활용하는'따위의 문장이 들어있다. 마찬가지로 SNS나 블로그에서도 시스템이나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 HTML코드라던지 반응률에 대한 분석, 경험과 배경지식이 없다면 아이디어는 무용지물이다.


마케팅 분야는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들이 난무하는 곳이다. 마케터에겐 아이디어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요된다. 소위 마케팅 전문가라는 사람들 중 일부는 '마케팅은 아이디어 싸움이고 마케팅 시장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경험이나 배경지식은 쓸모가 없다'는 식으로 아이디어 찬양론을 펼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니다. 마케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면 그것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춰야한다. 명백하게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이때의 전문성이란 아이디어를 뜻하는게 아니라 치열한 마케팅 환경에서 쌓았던 경험과 사례들을 의미한다. 아이디어 찬양론자의 말처럼 아이디어 자체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왜 5살짜리 어린이가 당신의 자리를 대체하지 않는건가? 코카콜라와 애플, 구글이나 세계적인 기업의 마케팅 최고책임자 자리에 왜 늙은이가 앉아있어야하나?


전문성과 경험이 없는 사람일수록 아이디어 찬양론자가 된다. 아이디어라는건 전문성과 경험, 실력으로부터 태어난다. 현실화할 수 없는 아이디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결국 아이디어라는건 그걸 현실화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서 좋고 나쁨이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의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어느정도 현실화할 수 있으면 아이디어는 발현된 것이고 그 자체로 경험과 전문성이 더욱 쌓이는 사이클이다.


내겐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우주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나 그걸 만들기 위한 지식은 하나도 없다. 자, 이 아이디어의 좋고 나쁨을 평가해보시라. 아이디어는 현실화할 수 있는 실력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갖췄을 때 비로소 빛난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아이디어 찬양론자가 되지말고 실력과 전문성을 갖추자. 그러면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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