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일, 꾸준함

오늘도 귀찮음을 겨우 참아야한다

by 남시언

내 생각에 꾸준함의 가치는 매우 저평가돼 있다. '포기하지마라!', '끝까지 해라!' 같은 직관적인 용어들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지만, '꾸준하게 해라!'는 사람을 불타오르게 한다기보단 '귀찮음'을 떠오르게 만든다.


꾸준함의 가치는 그 작업들이 쌓이고 쌓였을 때 빛을 낸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기까지 대체로 기간이 오래걸리는 까닭에 금세 잊혀지곤한다. 책을 쓰려다가 포기하는 수많은 예비작가들을 나는 많이 봐왔다. 집에서 먼지 쌓여가는 통기타를 다 모으면 어지간한 도시 하나 정도는 채울 수 있을 것이다. 6개월만에 사라진 수 많은 블로그들과 SNS 계정은 말 할 것도 없다. 요즘 사람들은 더 빨리 시도하고 더 급하게 도전하지만 더 꾸준하게 하진 않는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당신의 모든 습관을 나에게 알려준다면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게된다. 하지만 나는 습관과 꾸준함을 약간 다른 개념으로 본다. 습관은 말하자면, 자동화된 시스템이다. 우리가 숨을 쉬거나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크게 의도하지 않아도 할 수 있을만큼 익숙해진 일들이다. 반면에 꾸준함이란 자동화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졸음과 귀찮음을 참아내고 뭔가를 해야한다. 습관이 예전처럼 계속 흡연을 하는 것이라면, 꾸준함은 평생동안 참아야하는 금연에 가깝다.


몇 번 안되는건 누구나 다 한다. 큰 마음만 먹으면 된다. 복싱에서는 강한 펀치 한 번 보다는 약한 펀치 여러번이 더 효과적이다. 아무리 강하다고한들 각오하고 참아내면 누구나 한 번은 다 참는다. 그러나 콤비네이션으로 여러번 들어가는 약한 펀치는 참을 수 없다.


꾸준함의 가치가 저평가된 주요 원인 중 한가지는 꾸준함을 유지하는게 어렵기 때문이다.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이 내년부터 갑자기 1년에 50권을 읽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10년동안 꾸준하게 매년 40권 정도를 읽었다면 내년에 50권도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게된다. 무엇보다 10년간 매년 40권씩 책을 읽는 일이 매우, 몹시, 아주 어렵다.


쉽고 가벼운 것들은 상대적으로 고평가된다. 누구나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함이 필요한 일들, 꾸준함 그 자체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다. 여우와 신포도의 교훈을 잊지말자.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뭔가를 하는 일은 최고의 자기계발이자 효과적인 결과물을 담보하는 행위다. 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멋진 디자인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탄생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수 많은 시행착오와 그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흘려보냈을 세월을 본다.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 중 성격 급한 학생들은 종종 '저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하면 돼죠?'라는 질문을 한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태어나자마자 제작자인 사람은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 콘텐츠 제작을 가장 쉽고 빠르게 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계속 콘텐츠를 '제작'해보는 길 뿐이다.


콘텐츠 제작 뿐만 아니라 꾸준함 역시 이론상으로는 어렵지 않다. 사진을 편집하거나 영상을 감각있게 찍고 잘 편집하면 끝난다. 당신이 글을 쓴다면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쓰면 작업은 끝이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학생들은 이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쉽게 받아들인다. 만약 필기시험을 친다면 모두가 100점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제작을 해보라는 미션을 던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까지 콘텐츠를 만들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까닭에 누가봐도 5분만에 만들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촌스러운 콘텐츠가 태어난다. 그리고 학생은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쑥쓰럽게 말한다. 컬러는 RGB 원색이고 사진은 화질이 낮아서 다 깨져있다. 이런 콘텐츠로는 단 1명만 만족시킬 수 있다. 그 1명은 그걸 직접 만든 제작자다.


이론과 실무는 연결돼 있고 양쪽이 모두 중요하다. 둘 중 하나라도 구멍이 뚫리면 전체가 무너진다. 이론 공부와 더불어 실무적으로도 꾸준함이 필요한 이유다.


꾸준함은 곧 그 분야의 전문성을 나타낸다. 그리고 실제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자기도 모르게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20년동안 전국 팔도를 다 돌아다녀본 여행자는 어떤 질문에도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여행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블로그를 오래도록 해왔고 지금도 하고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SNS 비즈니스 계정을 운영 중이고 이 것조차 몇 년동안 운영 중이다. 내가 강의때마다 이야기하는 것들 중 한가지는, 블로그든 SNS든 글쓰기든 오래도록 해온 나조차도 할 때 마다 귀찮고 어렵고 하기 싫다는 스토리다. 실제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귀찮음을 겨우내 참아내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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