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핑계

일은 일단 잘하고 봐야한다

by 남시언

무료하고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면서도 남들에게 둘러댈만한 아주 좋은 핑계가 여기에 있다. 바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요즘에는 서점이든 인터넷이든 유튜브 동영상이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든 뭐든간에 볼 수 있는 정보 매체 어디에서나 "좋아하는 일을 해라"류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건 말 그대로 '좋은'일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 같은건 하지말고 그냥 지금 다니는 직장이나 똑바로 다니세요"이러면 꼰대라는 별명을 얻거나 인기가 없을것이 자명한 까닭에 좋아하는 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일을 해라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즉, 어떤 특정한 목적으로,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 암묵적 강요되는 어떤 핑계거리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런 일도 하지않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 말하자면 100% 비생산적인 시간을 오래도록 보내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짧은 기간이라면 휴식이나 재충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같은 이야기로 얼버무릴 순 있겠지만, 기간이 길어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싶은 것도 없고 놀고만 싶은 것이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묻기로 '넌 도대체 뭐가 하고싶은거야?'란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이때 가장 쉽고 효과적인 대답이 바로 "좋아하는 일"이 되는 현상이 있다. 말하자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찾아나서고 그것에 인생을 바치는 어떤 모험적이고 전투적인 일상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회문화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통용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남들을 속이게 되는 것이다. 이 속이는 행위는 처음에는 남들을 속이지만 나중에는 자기 스스로도 속이게 된다. 그러나 그 속인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란 어렵다. 나는 속이지 않았는데 실제론 속이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나는 나름대로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20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나 역시 '좋아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해적같은 마인드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바꾸는 것은 해적같은 마인드와 불타는 눈빛이 아니라 생산성이다. 생산성은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 것처럼 보인다. 생산성이 낮거나 아예 없다면, 좋아하는 일을 결코 찾을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생산성이 없다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이 생산성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 종종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생산성보다는 핑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시험을 망친 이유에 대한 핑계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은 어떤 결과에 대한 자기방어 기술로 두 가지를 택할 수 있다. 예를들어 시험일 경우,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해서 다음 시험에는 핑계를 대지 않아도 될만큼의 결과를 만들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지난번보다 더욱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내야한다. 두가지 모두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행동이지만 생산성의 측면에서는 천지차이다. 핑계는 올바른 형태의 그 무엇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요"

또는

"저는 지금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여행하는 중입니다"

류의 이야기를 100% 신뢰할 수는 없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는 사람은 벌써 그 일을 하고 있거나 그 일로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면서 결과를 만들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려고 이런저런 일들을 해봤어요"

이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런저런 일들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뜻이다.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상, 그리고 남들과 협업할 때 선호되는 전문가는 단순히 이런저런 일들을 해 본 사람이 아니라, '이런저런 일들'에서 모두 성과를 낸 사람이다.


주변을 잘 찾아보면 종종 뭘 해도 성공할 것 같은 분위기의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그 어떤 일이라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열심히란것은 단순히 오래도록 하는걸 뜻하진 않는다. 똑똑하고, 지혜롭게, 효과적으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효과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핑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발전적으로 생각하고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한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핑계가 아주 적합한 경우라도 어떤 일에서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못하다. 성과가 나타나는 일이라면, 어쩌면 그 일이 좋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누군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는 있다. 그게 나일지 당신일지는 지금은 판단하기에 이르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싶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싶어요"라고 말할 시간에 어서 지금 하고있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일을 '잘 해낸' 다음 싫어하는 일이었구나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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