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기술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말 할 주제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점에 가보면 스피치 또는 말 잘하는 방법처럼 이야기하는것에 도움을 주는 책들이 많다. 포털 메인에는 거의 매일 '말 잘하는 법'에 대한 포스트가 걸려있는걸 볼 수 있다. 말을 잘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나는 여기에서 좀 더 본질적인 물음을 제시하려고한다. 우리는 왜 말을 잘하고 싶어하는걸까?
말을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바꾸어 이야기하면, 말을 잘하는게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 말을 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쉽게 말을 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말을 잘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숨을 잘 쉬는법'이나 '눈을 잘 깜빡이는 법'에 대한 책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결국 우리가 말을 잘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우리가 말을 잘 못하기 때문이고 말을 잘하는게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태생이 소심했던 나는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면 단순하게 책을 보고 그대로 읽는 것 뿐인데도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던 학생이었다. 나는 발표가 몹시 싫었는데 그것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느낌 때문이었다. 나는 발표할 때 마다 덜덜 떨던 소년이었는데 지금은 수백명 앞에서의 강의도 자신있게 하고 다닌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환경에 적합한지를 이해하는게 중요하다. 긴장하고 당황하게되면 누구라도 실수란걸 하게된다. 여유와 유머감각을 갖추면 대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내가 생각하기로 말할 때의 환경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1:1 또는 소규모로 제한된 말하기 환경이다. 예를들어 애인과의 데이트, 모르는 사람과의 비즈니스 미팅, 각종 모임, 4~5명 정도 되는 친한 친구들끼리의 술자리 등 우리는 언제든지 1:1 또는 소규모의 말하기 환경에 놓인다. 이 소규모 환경안에서 또 두 가지로 환경이 나뉘는데, 주제가 있는 환경과 주제가 없는 환경이 그것이다. 가령, 비즈니스 미팅은 주제가 있는 환경이고 편한 모임자리는 주제가 없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는 대규모 환경이다. 발표, 웅변, 강연, TV출연, 길거리 연설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하는 말하기 환경이 있다. 나는 이 환경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스타일이 바뀐다고 본다. 즉, 소규모 환경과 대규모 환경은 전혀 다른 차원인 것이다. 쉬운 구분을 위해 소규모 환경을 소수파, 대규모 환경을 다수파로 불러보자.
어떤 사람은 소수파에 해당한다. 1:1 대화나 소규모 환경에서 빛을 발하는 타입이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인기를 끌고 대화를 주도한다. 말을 평소보다 많이해야하는 환경에 적합하다. 소규모 환경에서는 가십거리나 무겁지 않은 주제의 말이 오간다. 시간제한이 없다시피하고 여러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아야하는 환경이라서 이때에는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 대화에 끌려가는 사람도 있게된다. 우리는 첫만남에서는 말을 능숙하게 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대화를 주도한다는 것은 자신감 그 자체다. 말이 너무 없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뭔가를 숨기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단순히 말이 없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고싶을 뿐인데, 말 주변이 없는 사람은 자기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자신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말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대화를 주도할 주제나 말 주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을 잘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말이 아예 없는 사람도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말이 없어도 너무 말이 없는 사람말이다. 우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도 싫어하지만 말이 너무 없는 사람도 싫어한다. 그래서 말은 마치 탁구나 테니스 게임처럼 적당하게 오고가야한다. 말이 너무 없는 사람이라도 하더라도 주제 있는 소수파 환경 또는 다수파 환경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매우 친한 몇 명의 친구들과는 거리낌없이 대화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대화 상대와 친하지 않고 알고있는 정보가 많지 않을 때에 말하는걸 어려워하는 타입이다.
다수파 환경에서 말을 잘하는 것은 삶에 큰 도움이 된다. 대체로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포인트는 바로 여기. 다수파 환경일때다. 강연이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한 발표, 웅변, 프레젠테이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중연설은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 중 하나다. 그러나 오히려 다수파에 적합한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나다. 대규모 환경의 특징은 감투가 있다는 것이다. 즉, 누구라도 그 사람이 말하는 스피커라는걸 알고 있고 마이크, 빔 프로젝트, 무대 등 말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마련돼 있다. 주제 역시 자신이 주로 다루는 전문분야인 경우가 많아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소규모 환경에서 말하기를 어려워한다고해서 반드시 대중연설을 못하는건 아니다. 어쩌면 다수파에 해당하는 타입일 수도 있다. 아무리 다수파에 적합하다고해도 처음에는 당황하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원하는 환경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말을 못한다는 잔소리를 듣는다고해서 진정으로 말을 못하는건 아닐 수 있다. 말을 잘하는 것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즉, 자신의 전문분야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 또는 실수하는걸 무서워하지 않고 실수한 뒤에 잘 대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말 잘하는 방법류 책에 보면 여러가지 스킬들이 나온다. 대체로 유익한 방법들이지만, 어쩌면 그런 스킬들은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옷일 수 있다. 보통은 말하기 기술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말 할 주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킬을 100개나 외우고 있어도 긴장하고 당황스러운 환경에서는 입도 뻥긋하기 어려워서 쓸모가 없다. 나는 말을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환경에 적합한지를 알게되면 그 환경내에서만큼은 말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소수파인가 다수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