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할까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질문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해야할까요?"
누가 뭐라고하든 결정은 자신이 해야하는 질문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임은 분명하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정말 어떤걸 해야할까?
여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나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마치 칼로 선 긋 듯 딱 잘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면 어떤 일은 잘하면서도 좋아할 수도 있고 어떤 일은 못하는데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잘하는 정도가 50% 이고 좋아하는 정도가 30%인 일도 분명히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이 반드시 어떤 카테고리 1개에만 속하는건 아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경계는 애매모호하고 그 누구도,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그 경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라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누군가는 선천적으로 특정한 능력을 타고나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운명을 지닌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뭔가에 탁월하게 태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그냥 액체같은거다. 액체는 어떤 컵에 담느냐에 따라서 그 모양이 달라진다. 길쭉한 컵에 담으면 길쭉한 모양으로, 접시에 담으면 얕은 모양으로,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이 컵과 그릇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환경과 자신의 노력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나는 미래는 정해진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좋아하던 일이 싫증날 수도 있고 잘하는 일이었는데 어느순간 어떤 이유로 인해 못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경계가 이토록 희미한 상태에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골라야할까?'란 질문은 도대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는가? 결국 아무런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는건 재미있고 쉬운 일들이다. 예를들어 여행이나 노는것, 게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는 특정 조건의 일들이다. 대부분의 일들은 중급 레벨 이상이 되면 매우 어렵고 복잡해지며 거기에 얽힌 이해관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를들어 당신이 글쓰기를 좋아한다고해보자. 그러면 책을 써서 작가가 되고 싶을 것이다. 글을 100편 정도 쓸 때 까지는 그 일이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쓰려면 반드시 출판사를 통해야하고 그럴려면 책을 쓰기 위한 출판기획서나 출판 프로세스에 대한 공부, 출판사와 유통사, 서점 등 관계자들과의 협조 등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글쓰기가 좋아서 책을 쓰려고했던 사람이 과연 이런 복잡하고 난해하면서도 해결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할 수 있다면 작가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포기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글쓰기를 포기하고 다른것, 가령 디자인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보통은 좋아하는 일이라는게 이렇다. 그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면 잘하는 일로 바뀌게 된다.
잘하는 일이라는 것도 따지고보면 그렇게 대단한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연필을 정말 예술적으로 깎는다고해도 세상에는 나보다 연필을 더 잘 깎는 사람이 반드시 있고 그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잘하는 일에서 잘하는 범위는 매우 추상적이다. 가령, 내가 아프리카 어느 원시부족 마을에 간다면 나는 그 마을에서 가장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겠지만, 서울에서는 그냥 평범한 국민 중 한 명일 뿐이다. 잘하는 일의 범위는 도대체 어떻게 설정해야하나?
어떤 일을 객관적으로 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게 맞든 아니든 관계없이) 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유명한 조언도 있지 않나. 만약 잘하는 일이 한가지라도 있다면, 그 일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는건 다시 말해서 어느정도는 그 일을 좋아한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완벽하게 베타적이지는 않다. 어느정도 공통분모도 있고 서로 다른 부분도 있으며 지금 좋아하는 일이 나중에 좋아하는 일이 아닐수도 있는 것이다. 잘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제일 좋은건 지금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잘하는 일로 만들어가는것이다. 불평불만하고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사이에서 고민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좋아하는 일 또는 잘하는 일을 어떻게하면 더 생산적으로 할 수 있을지 연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