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개는 아무도 걷어차지 않는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욕의 범위는 나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욕이 아니라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욕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브런치에 내 생각을 글로 썼을 뿐인데도 독자로부터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정상적인 환경이라면, 나에게 욕하는 사람은 내 글을 읽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주변은 항상 비정상 투성이다. 온라인에서는 익명이라는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더욱 자주 연출된다.
어떤 분야에서 완전한 초보 시절에는 아무도 나를 모르기 때문에 욕을 먹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끝에서 끝으로 이동해서 완전한 유명인이 됐을 땐 그 파워에 압도되서 욕을 거의 먹지 않거나 욕을 먹는 만큼 응원도 함께 얻게된다.
주목해야할건 올챙이 시절과 유명인의 중간단계 어디쯤, 애매한 그 시점이 가장 큰 고비이고 가장 열심히 해야할 때임과 동시에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시기라는 것이다.
욕을 먹는다는건 내가 도전하는 분야에서 어느정도(아주 약간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지만, 아직은 그 파워가 미약하기 때문에 논쟁의 소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성격이 고약한 청소년은 힘이 약해보이는 학생을 괴롭힐 수 있지만 시체를 괴롭히진 않는다. 이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데일 카네기의 기념비같은 저서 '행복론'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죽은 개는 아무도 걷어차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을 때에도 욕을 먹을 수 있다. 툭하면 욕하는 부류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조금씩 성장해나가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위협적인 존재로 자라고 있을 땐 더 많은 욕을 먹게 된다.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위협을 느끼는 상대는 많아지므로 성장과 욕먹기는 비례하여 상승하다가 나중에 특정 분야의 왕좌를 차지하게되면(작은 부분일지라도) 그런 욕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쑥 들어간다.
욕이라고해서 언제나 나쁜것은 아니다. 어떤 욕들은 참고해서 나를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욕을 먹게 되면 당장 기분이야 나쁘겠지만, 거기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욕한 사람이 의도한대로 움직여주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그걸 여유롭게 컨트롤하고 자기 자신이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고 느껴야한다. 그렇기때문에 어떤 분야에서 누군가로부터 욕을 먹는건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단, 욕의 원인이 자기 자신이 아닐때만 그렇다. 자신의 실력부족이나 실수로 욕을 먹을 땐 꼭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한 다음, 그걸 고쳐나가는 습관을 가지는편이 자신이 성장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았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썼고 그 글들 중 몇 개는 꽤 큰 인기를 끌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서 칼럼을 연재했었기 때문에 포털 메인에도 종종 걸리는 행운을 누렸다. 이럴때면 독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까닭에 오만가지 댓글이 다 달렸는데 욕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 중에는 실제로 아는 사람의 댓글도 있었다(물론 댓글을 쓴 본인은 그걸 몰랐겠지만).
글을 누구에게 배운적도, 작가 수업을 받은적도, 관련 교육을 듣거나 어릴때부터 재능이 있었던것도 아닌 한 젊은 남자가 갑자기 책을 쓰겠다고한다면, 당신은 그 친구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당시에 나는 책을 쓰겠다는 일념하에 나름대로 글을 열심히 썼었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 가족조차 나를 응원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반대가 심했고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저주가 뒤따랐다. 그도 그럴것이 책이라는게 아무나 쓸 수 있는게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책을 쓴다고해서 떼돈을 벌거나 갑자기 유명해지리라는 보장도 없고.
나는 글로써 내 의견을 피력하는걸 즐겼던데다가 할 말이 너무나도 많았던 까닭에 짧은 인생에서 책 한 권 정도는 쓰고싶다는, 말하자면 버킷리스트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있는 도전을 했을 뿐인데도 모두들 의심하고 욕할 뿐이었다. 내가 책을 한 권이 아니라 두 권째 썼을 때, 이런 얘기는 쏙 들어갔다.
재미있는 사실은 글쓰기와 책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블로그가 그랬고 SNS가 그랬고 지금 동영상이나 유튜브를 하고 있는 내 채널과 계정도 그렇다.
"에이~ 구독자 1,000명은 금방 만들지!"
사람들은 이런 말을 습관처럼 매우! 쉽게 한다. 하지만 과연?
무플보다는 차라리 악플이 나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내 콘텐츠를 봐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나는 이제 욕먹는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순히 욕먹는게 싫어서 지금까지 포기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해본적이 있다. 사소한 것까지 다 따지면,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학창시절 거절 당하는게 두려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먼저 말 걸지 못했던 것부터 궁금한걸 물어보지 못하거나 욕먹을까봐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지 못했던 상황까지. 후회스러운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깨달은 사실 중 한가지는 욕은 잠깐이라는 것이다. 기분이 나쁜 것도 며칠만 지나면 금세 잊혀진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할 수 있는것처럼 다른 사람이 나에게 욕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욕먹는건 잠깐이지만, 내가 했던 행동, 말, 도전, 옳다고 여겼던 행위는 오래도록 남는다. 내가 만약 이런 사실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학생 때 더 많은 이성에게 대시해보고 여러가지 분야에 더 많이 도전해보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이 실패해보면서 나중에 소주 한 잔하면서 웃을 수 있는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살거라고 하는데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욕을 먹어도 신경쓰지 않을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모든 부분에서 자신감이 있다는건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