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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Mar 24. 2019

소통의 시대엔 불통이 매력이다

유행을 벗어나는 특권

오늘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 사용자라면, 스마트폰과 인터넷, 검색과 SNS 활동, 그리고 유튜브 시청을 거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친구의 일상을 보려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야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블로그 검색을 해야하며 인플루언서의 활동을 보고싶다면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영상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거나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을 학습하고 싶다면 유튜브에 접속해야한다. 


보편적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은 독특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에겐 장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진이건 블로그건 페이스북이건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게 되면, 능력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더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복고와 뉴트로가 유행하는 이유는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독특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독특하고 흥미로우면서도 현실세계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특권 의식을 갖고 싶어한다. 특권은 상대적일 때만 효과가 있다. 스마트폰을 거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에 특권 의식을 갖고 싶다면, 역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모두가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올리고 있는 시대에 그 친구만이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친구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야할 것이고 이건 (빈도는 낮지만) 좀 더 깊은 '연결'을 상징한다.


SNS 활동에 환멸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SNS를 탈퇴하고 스마트폰을 집어던진 다음 다시 피처폰으로 되돌아간다. 넷플릭스가 아니라 예전처럼 TV를 시청하고 유튜브 대신 라디오를 듣는다. 정성들여 손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전화로 친구들과 소통한다. LP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고 복고 패션을 사랑하는 한편으로 부재중 전화보다 자동응답기를 이용한다. 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선호하며 서점 단골 고객이면서 신문과 잡지를 구독한다.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매우 매력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불통이 매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피처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최신형 아이폰이 나오든 말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는 조건으로 돈을 절약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인생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것을 확신한다. 


유행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력 또는 특권의 상징이 된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요구하지 않아도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석된다. 매일같이 만나자는 사람이 줄을 서 있다면 뭣하러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올리겠는가? 그들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수도 없을만큼 매우 바쁘며 그만큼 현실세계에서 인정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은 관심을 구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대상으로부터 관심을 받는다. SNS를 통해 구설수에 휘말릴 일도 없다. 사람들로부터 충분히 관심을 받고 있다면, SNS 활동을 해야할 이유가 없다.


당신이 만약 무척 중요한 일들을 담당하며 큰 돈을 만지고 매우 바쁘며 주변에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유튜브에 영상을 찍어 올릴 시간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당신이 매일같이 이코노미가 아니라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항공사 VIP 고객이라면, 굳이 비즈니스석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해외여행? 명품? 외제차? 그게 일상인 사람들은 그것들이 너무나도 당연해서 그런걸 구태여 자랑하지 않는다. 


당신이 인생의 동반자를 고를 수 있다고 했을 때, SNS와 스마트폰에 중독처럼 집중해서 활동하는 사람 VS 스마트폰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잘 모르며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 누가 더 매력적일까?


그러나 디지털 유행을 탈피할 때에는 오프라인 활동이 담보되어야하며 본인이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어야만한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활동이 없다면, 그리고 충분한 매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자칫하면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영원히 잊혀지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유행을 선도할 수 없다면 유행을 벗어나는게 또 하나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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