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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May 27. 2019

콘텐츠는 무료가 아니다

합당한 가격이 지불되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무료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CCL라이선스를 표기해놓고 공지사항이나 프로필 한 켠에 저작권을 공지해놓아도 그걸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CCL라이선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요즘에는 누구나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요즘 어린 학생들의 장래희망이 유튜버나 1인 미디어라고 한다. 콘텐츠를 만들거나 공개된 장소에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하는 사람이라면, 저작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나는 학교 단위에서 저작권과 관련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유롭게 저작권을 지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편법이나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므로 저작권은 적절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현저하게 부족한 까닭에 저작권을 빌미로 한 사기꾼들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가령, 저작권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마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해두고 나중에 법률사무소를 통해 내용증명으로 협박하는 식이다. 저작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이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콘텐츠에는 이미 돈이 투자되었다


블로거들 중 절반은 저작권에 대해 무지하다. 기업에서 일하는 마케팅 담당자와 콘텐츠 제작자들 일부는 저작권 책 한 권 읽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막 가져다 쓰거나 다른 사람의 소중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달라며 염치없이 요구한다. 콘텐츠가 무료라는 생각이 빚어낸 기이한 현상이다.


문화적으로 사람들은 그 어떤 콘텐츠(글, 사진, 음악, 영상물에 이르기까지)라도 인터넷에 공개돼 있으면 그걸 공짜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돈 내고 보면 바보 소리 듣는 시대다.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는 말할 것도 없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 애플 뮤직 등이 미래 가치가 높은 이유는 콘텐츠를 무료로 구하는 노력보다 돈을 내고 보는 게 더 편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만든 콘텐츠도 저작권 침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블로그나 SNS에 올라간 콘텐츠는 언제라도 검색되고 누구라도 볼 수 있는 까닭에 저작권을 100% 방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허락도 없이 가져가는 행위는 도둑질이며 당연히 불법이다. 워터마크를 넣고 우클릭을 방지하는 것처럼 다양한 방어체계를 갖춰놓아도, 그걸 해제하는 기능이 또 있으므로 완벽하진 않다. 당신의 콘텐츠를 이용해 다른 사람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저작권 관련 법정 싸움은 오래 걸리고 여러 가지로 매우 귀찮게 한다. 지금 당장은 분노하겠지만, 1년 동안 법정 싸움을 하게 되면, 그때에는 어떻게 되든 좋으니 이제 법원을 좀 그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콘텐츠를 큐레이션 한답시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특히 많다) 여기저기에서 가지고 온 사진이나 영상을 짜깁기 해서 마치 자신들이 만든 것처럼 포장한 뒤 돈을 버는 회사들이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주제에 맞는 사진이나 영상을 검색한 다음, 댓글로 '출처를 표기할 테니 사용해도 되는지'를 묻는다. 콘텐츠 제공자는 단순히 재미로, 아니면 업체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사용해준다는 어떤 명예적 차원에서 사용을 허락하지만, 정작 그들은 그 콘텐츠로 1원 한 푼 벌지 못한다. 콘텐츠를 이용한 그 회사는 돈을 버는데도 말이다. (나는 이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인 형편없는 회사들이 SNS를 넘어 유튜브 등 동영상 매체에서도 같은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본다.)


제작자는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고 단지 출처를 표기하는 것만으로 승인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출처 표기도 링크나 embed 해주는 게 아니고 그냥 텍스트를 보일 듯 말듯하게 집어넣는 것뿐이다. 그걸 보고 주소를 타이핑해서 당신의 매체에 접속할 확률은 매우 낮다. 사용자는 그 내용에 관심 있는 것이지, 그걸 제공한 사람이 누군지는 관심 없다.


콘텐츠를 가져가는 A라는 업체에서 당신이 무급으로 일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니, 출장비를 사비로 써가면서 일한다고 봐야 한다. 콘텐츠를 쉽게 가져가려는 사람, 콘텐츠를 쉽게 제공하는 사람 모두에게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콘텐츠는 유료 서비스다


콘텐츠는 무료가 아니고 유료 서비스다. 그 콘텐츠에는 차비, 시간, 식비, 자료조사, 인건비 등 실제 현금과 현물이 들어가 있다. 당신의 콘텐츠는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 물건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돈을 낼만한 가치가 없다면 그 콘텐츠는 애초에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므로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때는 돈을 내고 살만큼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만약 돈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면 돈을 받는 게 마땅하다. 또는 그에 합당한 다른 베네핏이 주어져야 한다. 블로그나 유튜브는 광고라도 달 수 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고, 또 독자들 역시 광고를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합리적인 교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SNS에는 광고를 달 수 없고 개별적인 협찬이나 PPL을 하면(사전에 공지한다고 해도) 독자들은 광고에 매우 거북한 반응을 보인다. 왜냐하면 콘텐츠를 무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만든 콘텐츠를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건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음악과 사진, 기술이 공유돼 있으면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유무료 정책의 결정을 콘텐츠 제작자가 해야 한다는 거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요즘에는 콘텐츠를 달라고 요구하는 업체 측에서 오히려 더 당당하다. 콘텐츠 사용을 거절하면, 뭐 그렇게 깐깐하냐면서 오히려 욕을 한다. 뭔가 잘못됐다.


내 글을 좋아하고 구독하는 사람이 수천 명이라도 내가 쓴 책을 사라고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다. 콘텐츠는 무료라는 함정에 빠져서 결국에는 모두가 콘텐츠를 못 만드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훌륭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다면, 필요한 업체에서는 당신의 콘텐츠를 구매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그 비용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독자들 역시 더 좋은 콘텐츠를 보게 된다. 


영화를 돈 내고 보고, 소프트웨어를 정식으로 구매하고, 음악을 돈 내고 감상한다면 우리는 더 좋은 영화와 더 좋은 음악, 더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팔릴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제작자가 원할 경우 무료화할 수 있다. 이때에는 제작자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유료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굳이 무료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합당한 비용이 지불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만 콘텐츠가 전체적으로 성장한다. 비용을 받고 콘텐츠를 만든다면, 앞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반대의 경우, 제작자는 콘텐츠 생산을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누군가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콘텐츠를 제작자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만이 유료는 아니다. 푼돈보다 더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이익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이 브런치 글은 위클리 연재이므로 매주 월요일에 확정으로 다음 메인에 노출된다. 통계 수치상으로 1만 명~2만 명이 하루 만에 이 글을 본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 조회수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이익이다. 추후에 이 글들을 묶어 책으로 낸다면? 콘텐츠가 돈이 되는 순간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세계관]의 마지막화인 12화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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