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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Jun 28. 2019

엘리트 시대의 종말

미디어 환경 불판이 바뀐다

미디어 환경이 변해서 콘텐츠의 가치가 중요해진 오늘날에는 엘리트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예전만큼 넓지않다. 엘리트 교육을 통해 훌륭한 공부를 했다고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콘텐츠 시대에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스킬이 더욱 중요하다. 큐레이션해야하고 생각을 정리해야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카리스마와 시대의 변화를 빨리 포착하는 민첩함도 요구된다. 


콘텐츠 시장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들은 엘리트 교육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미적분이 뭔지 모른다고해도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당신이 중졸이든 고졸이든 지방 촌놈이든 콘텐츠를 볼 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어쩌면, 오히려 그런 전통적인 시각에서의 단점들이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공감을 부르는 요소로 쓰일 수도 있어서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


가정집 안방까지 넷플릭스가 들어와있다. 아이들은 항상 유튜브를 틀어달라고 아우성친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고 식당, 정류장 어디든 사람들은 앞을 보기보다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당신이 만약 농사를 짓는 농부라면, 온라인 직거래를 활성화하길 바란다. 평균 매출의 30%를 더 얻으면서도 소비자에게는 더 저렴하게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다. 



콘텐츠는 미친듯이 소비된다. 우리 주변 환경의 불판이 바뀌었다. 나는 책을 쓴 한 명의 작가이자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안타깝게도 글의 가치는 저물고 있다. 전통적인 방법들 중 대부분이 오늘날 먹히지 않는다. 20년 전의 진실이 지금은 진실이 아니다.


예전에는 칼보다 날카로운 펜이라고 했다. 이제 펜은 둔하고 전혀 날카롭지 않다. 사진이 펜보다 훨씬 강력하고 동영상은 대단히 파워풀해서 펜하고는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나는 2012년에 출간한 내 데뷔작 <1인분 청춘>에서 자격증이 페이퍼 라이선스가 되고 학교 졸업장만으로 취직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역설했다.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5G가 활성화되면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하는데 1초만 투자하면 된다. 그냥 쉽게 얘기해서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부터 멈춤없이 바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30페이지 짜리 단편을 읽는데 10분이 걸린다면, 그걸 요약해서 말해주는 북큐레이터의 동영상을 시청할 땐 3분이면 된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행동을 자유롭게 해준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오디오를 들을 수 있고 빨래를 하면서도 뭔가를 공부할 수 있다. 과거에 영어공부를 할 땐 영어사전의 단어들을 달달 외우고, 외운 영어사전 페이지를 찢어서 그걸 씹어먹고 그랬다. 지금 그렇게하면 미친놈 소리 듣는다. 유튜브에는 훌륭한 영어 교육 콘텐츠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힘들 지경이다. 넷플릭스에는 볼만한 콘텐츠가 너무나도 많은 까닭에,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보는 화면이 넷플릭스 첫화면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시대변화와 상황이 이렇다 할지라도 만약 당신이 젊은 학생이라면, 지금 해야할건 자퇴 후 유튜브 올인 또는 쇼미더머니 지원이 아니라 공부쪽이다. 공부는 경제적 사다리를 올라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꼭 공부를 통해 뭔가를 획득하는 시대가 아니라 할지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 


당신이 크리에이터가 되고싶다해도 여기에서도 공부할건 차고도 넘친다.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책을 가까이해왔던 사람들은 대부분 침착하고 집중력이 좋은편이다. 책이라고는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보통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짙다. 내 경험과 분석에 따르면, 공부를 잘했던 사람들은 지루한 유튜브 동영상도 끝까지 시청한다. 사실 공부는 원래 좀 지루하고 재미없다. 반드시 배워야할게 있다면 배우고 학습해야한다. 나보다 못해도 20살 이상 어린 유튜버 '띠예'에게도 배울점이 많다. (10살 짜리 어린이가 군대 전투식량 먹방을 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공부를 멀리했던 사람은 시대 변화를 포착하기가 꽤나 어렵다. 폭넓은 지식이 쌓여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뭔가를 도전하고 실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모르면 두려워지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알면 두려움은 해소된다. 책을 많이 읽은 다독가에게 기대할건 책에서 얻은 지식이라기보다는 책을 많이 읽으면서 얻어진 침착함과 집중력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카리스마, 생각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말하기 스킬, 적절한 어그로시브, 시대 변화의 포착 등. 이런것들은 공부했던 습관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이건 꼭 엘리트 교육에서만 얻을 수 있는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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