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의 자료를 준비하면서 예전 데이터가 좀 필요해서 책장에 있던 파일들을 뒤적거리다가 우연하게 7년전 다이어리를 들춰보게 됐다.
다이어리 제일 앞머리에 이렇게 적혀있다.
"책쓰기, 내 이름으로 된 내 책 출간"
휘갈겨 날려쓴 저 문장이 가슴 시리도록 과거를 떠올리게한다. 저 목표를 세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쓰기'라고 검색한다음 관련 도서를 모조리 구입해서 10일만에 모두 읽었었고 절판된 도서들은 도서관에서 찾은 다음 정말 미친듯이 읽었었다. 질주하는 폭주기관차 같았고 당시엔 책쓰기외에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목표를 세운 후 3개월동안 매일 하루에 한 편씩 칼럼을 썼다. 당시엔 개인 블로그에 연재했었는데 당시 연재하던 타이틀 이름이 <청춘 칼럼>이었다. 나는 이 글을 반드시 책으로 내겠다는 일념으로 밤 잠도 잊은채 새벽까지 글을 써야했다. 돈이 없던 시절이라 방은 매우 추웠고 겨울은 혹독했다. 손이 시려워서 장갑을 낀 채로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양손에 동상이 걸려서 손가락 끝이 보라색이었던 기억이 난다. 보일러를 돌릴 돈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청춘 칼럼>은 매일 연재한다는점과 글의 분량이 한 꼭지 정도는 되었었기 때문에 당시 다음 뷰(View)라고하는 채널에 매일같이 메인에 떴었다. 요즘으로치면 브런치 메인 정도 된다. 매일 글을 썼기 때문에 거의 매일 메인에 걸렸던 셈이다. 계획한 목차의 절반정도 연재했을 때, 출판사 여러곳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고 그 중 한 곳을 골라 정식으로 출판했다. 책 출간 이후 몇 개월 뒤에 콘텐츠 공기관에 공채 시험을 뚫고 입사하게된다. 공채 시험을 쳐서 입사했기 때문에 책 자체가 역할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예 영향이 없는건 아니었다. 시험 중에 논술 시험도 있었고, 다대다 면접을 볼 때 책을 쓴 작가임을 강력하게 어필했었다.
지금은 2019년이고 저 다이어리는 2012년에 작성한 다이어리다. 당시엔 일정관리를 다이어리로 했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할 일을 적고 그걸 지워나가면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저런 다이어리를 4년에서 5년정도 썼었고 이후에 디지털 일정관리로 완전히 넘어갔다. 아직도 책장에는 년도별로 5개의 다이어리가 진열되어 있다. 물론 오늘처럼 들춰보는 일은 거의 없다.
풋풋했던 시절에 적었던 목표를 보니 코웃음이 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였고 무척 어렸던 때였다. 7년의 시간동안 참 많은게 바뀌었다. 이후에 연속으로 책 2권을 더 출간해서 총 3권을 냈고, 직장은 여러가지 이유로 그만두게 됐고... 이외에도 여러가지 일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웃고 울던 날들.
디지털로 일정과 목표등을 관리하는것의 장점은 말할것도 없겠지만, 단점이라고 한다면 뭐랄까... 나중에 들춰볼 일이, 우연하게 들춰볼 일도 거의 없다는점인 듯 하다. 7년전 이메일을 찾아볼 일이 거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10년전 편지는 아련한 추억으로 가끔 들춰보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군시절에 받았던 친구들의 편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읽어볼 수도 있겠다. 이메일은 불과 한달전것도 다시 읽을 일이 거의 없다.
당시엔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맛'이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7년 뒤에는 또 어떤 생각을 하게될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최선을 다해 살아야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오래된 다이어리는 나를 순식간에 과거로 데려갔다가 미래로 데려간다음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