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시언 Aug 24. 2019

글쓰기 강의를 준비하며 쓰는 글

글쓰기는 왜 매력적인가?

나는 오래도록 '글'이라는것이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졌길래 이토록 사람들을 매혹시키는지 궁금했었다. 고민하고 자료를 찾고 관련 도서를 읽어보았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내가 생각하는 OOO은 있을지 몰라도 어느정도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OOO은 어릴적 그토록 찾고싶었던 '윌리'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수 년전, 공기관에 입사한 후 내가 처음 한 일은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나는 당시에 책 1권의 저자였고 파워블로거였으며 글쓰기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기관을 대표하는 보도자료를 쓰는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결재 단계를 거치면서 정말 많은 수정이 진행되었고 결재권자들이 그토록 쉽게 보도자료를 수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인터넷서점에서 글쓰기, 그 중에서도 보도자료와 관련된 책들을 여러권 구입한다음 미친듯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은 지금 나에게 괜찮은 무기가 되어주고 있다. 




글쓰기 강의 요청이 와서 글쓰기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특강 형태가 아니라 커리큘럼을 통해 몇 개월간 이어지는 글쓰기 강의이기 때문에 강의 준비 역시 오래 걸리는 일이다.



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콘텐츠 제작이나 콘텐츠 기획, 콘텐츠 마케팅 등에 대한 강의를 오래도록 해왔다. 내 강의를 듣는 분들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지방소도시의 농민까지 다양하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있고 70이 넘은 어르신도 있다. 스펙트럼은 넓지만 공통적으로 콘텐츠라는것은 모두가 활용함직한 주제이고 그 콘텐츠의 종류 중에서 한 꼭지가 바로 '글'이므로 콘텐츠라는 범주 내에서라면 글 역시도 포함된다.


경영학의 구루이자 대표적인 대학 교수라고 하더라도 경영 자체를 잘하는것과는 별개다. 만약 그렇다면,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영자는 모두 대학교수여야 할 것이다. 경영을 잘 가르치는것과 경영을 잘하는건 다른 일이다. 나는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잘 가르치는것과 글을 잘 쓰는건 조금 다른 일인 것 같다. 요즘 내가 하는 고민은 '과연 글이라는게 누구에게 가르칠만한 주제일까?' 또는 '진정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는게 가능한가?'같은 다소 철학적인 주제들이다.


나는 아주 오래전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준비했었다. 일반적인 글쓰기는 아니었고 온라인 매체에 적합한 글쓰기가 주제였다. 원고는 60~70% 정도를 블로그에 연재했었는데, 당시에 출간했던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있어서 어떻게하다보니 출간이 무마되어버렸다. 


당시에 나는 그 글쓰기 책이 출간되면 글쓰기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고 또 글쓰기와 관련된 강의를 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특강 형태로는 왕왕 기회가 있었지만 커리큘럼 강의는 없었기 때문에 2% 아쉬움이 있는게 사실이었다.




이번에 글쓰기 강의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읽었었던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 상당수를 다시 읽어보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당시에는 어떻게하면 글을 잘 쓸것인지가 궁금했다면, 지금은 어떻게하면 글쓰는걸 잘 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똑같은 책을 읽고있는 셈이다. 그래서 책이라는건 읽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궁금증 또는 호기심같은 목적의식에 따라서 배울 수 있는 높낮이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책이야말로 대표적인 글의 모음이기 때문에 똑같은 내용을 글에도 접목할 수 있다. 즉, 글을 쓰는 목적, 글을 쓰려는 이유, 왜 글이어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과 명분 등 복합적인것들이 뒤엉키고 섞이면서 탄생하는 하나의 조합이 결과물로 선명하게 드러날 때 글쓰기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초심으로 되돌아간다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글쓰기 강의를 준비하면서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글을(그것이 좋은 품질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꽤 많이 써왔기 때문이다.


카카오 브런치에 글 100여편을 연재한 사람을 대상으로 출간 프로세스와 책 출간 방식에 대한 특강이라면, 나에겐 꽤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반대로 글쓰기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려면 지금의 나에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초심으로 되돌아가서 글쓰기 초보자 입장에서 강의를 준비하는게 아니라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작가수업을 단 한번도 받지 않은 사람이 파워블로거와 책을 낸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들을 잘 정리해서 알려준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찾아야할건 명확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글쓰기의 매력에 빠졌는가? 여러분도 글쓰기의 매력에 빠진 이유를 천천히 정리해본다면, 글이라는것의 껍질을 한꺼풀 더 벗긴 다음 습관적으로 글을 쓰는것이 아니라 명확한 이유와 목적을 가진, 선명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상에세이 | 여러분의 길은 어디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