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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Oct 03. 2019

내가 종이책을 추천하는 이유


동영상이 대세인 시대에서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의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어지간한 정보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종이 신문을 볼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음악은 애플뮤직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음반을 사고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DVD를 구매하는것보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면 훨씬 편리하게 원하는 영화를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점은 종이책의 경우, 예전보다 수요가(소폭이지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전자책 기기를 항상 충전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나는 전자책을 오래도록 읽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결국엔 다시 종이책으로 컴백했다. 전자책이 처음 나왔을 땐 많은 언론에서 종이책의 몰락을 경고했었다. 그러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자책은 디지털 자료이기 때문에 사실은 0과 1로 만들어진 정보일 뿐이다. 즉, 실체가 없다. 그러나 종이책은 실체가 있다. 들고 다닐 수 있으며 남에게 보여줄 수 있다. 다 읽은 책을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도 가능하며 책장에 쌓아두었을 때의 시각적 즐거움은 덤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에도 좋다)



종이책의 감성


종이책을 넘길 때 '사각'하는 소리, 오래된 책의 향기, 책 곳곳에 삐뚤삐둘 휘갈긴 메모들, 어딘가에 들어있을 단풍잎, 밑줄 그으며 읽는 능동적 행동 등 종이책만의 감성은 디지털 자료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선물받은 책이거나 누군가의 사인본이라면 오래도록 보관해두고 가끔 볼 때 마다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전자책에서는 이런 감성적인 느낌들을 찾을 수 없다.


서점을 자주 찾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풍경이겠지만, 오프라인 서점에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있다는건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도서관은 어떨까? 과거보다는 물론 대출자가 줄었겠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을 애용한다. 도서관 자료실에 직접 가보면 알 수 있다.


감성이 메말라가는 시대라면, 감성의 대표 아이콘인 종이책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다. 단순히 글쓰기만이 가능한 브런치에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활동하는지만 봐도 글이라는 감성의 파워를 알 수 있다.


집중력 향상


종이책은 감성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집중력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화면과 종이를 놓고 비교할 때 사람의 집중력은 화면에서 더 낮게 나온다. 똑같은 시험을 화면으로 치를 때와 종이로 치를 때를 비교하면 종이에서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화면이 작아지면 집중력이 더 낮아진다. 


요즘은 TV를 없애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TV 대신 책장을 만들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한다고 한다. 눈에 자주 보이는게 중요하다. 


보편적으로 책이라고하는 매체는, 특히 종이책은 다소 지루한 미디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집중력이 평균 이상인 사람이라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지루한걸 잘 참아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일은 힘들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우가 많다. 


빠른 탐색


종이책에서는 원하는 내용을 빠르게 찾는게 가능하다. 예를들어 동영상으로 뭔가를 공부할 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시청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종이책은 밑줄을 긋거나 견출지를 붙이거나 그냥 책 한 켠을 접어두는 것 만으로도 나중에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확장된 아이디어


종이책에서는 한 분야에 매몰된 내용이 아니라 더 확장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가령 여러분이 사진 촬영에 깊은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인터넷 세상에서 주로 사진 촬영과 관련된 내용들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이건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면 세션과 쿠키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에서부터 게시물, 추천 영상까지 대부분 사진 촬영과 관련된 내용에 노출된다. 


전문분야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인터넷 세계와 디지털 학습은 아주 좋은 선택지다. 반면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거나 관련 분야로의 확장측면에서는 종이책보다는 아무래도 파워가 약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종이책은 글쓴이의 다양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으므로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는 출발점이 된다. 가령, 사진촬영과 관련된 책을 훑어보다가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게되는 식이다. 


오래 남는 기억


사람들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결혼식 사회를 봐줄 때 마지막에 꼭 짧은 시 한 편을 준비해서 '헌정시'를 낭송한다. '시'라고하는 것은 너무나도 감성적이라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건 모든 사람에게 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내 경험칙에 따르면 나는 종이책으로 공부하거나 학습한게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즉 똑같은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거나 반복학습하지 않더라도 활용할 수 있다. 효율이 좋다. 그런데 그 기억은 선명하지는 않다. 억지로 기억하려고하면 잘 떠오르진 않고 희미하게 알듯말듯하다. 하지만 그 정보를 활용하려고 마음먹을 땐, 어디에선가 그 내용이 툭하고 튀어나와서 나에게 도움을 주는 느낌이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필사를 추천한다. 종이책을 펼쳐놓고 해당 내용을 그대로 옮겨적는 방식이다.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는 말하면서 읽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말하면서 손으로 쓰면서 읽으면 훨씬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만족감


우선적으로 책은 지적 허영심을 채워준다. 나는 지적 허영심이 많은 편이다. 지적인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지적인 갈증을 채우기 위해 책을 사서 읽고 글을 쓴다고해도 무리는 아니다. 


책은 소유욕도 채워준다. 꼭 그 책을 읽지 않는다하더라도 책을 가지고 있는것만으로도 어느정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그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발이 달려있지 않는 이상 도망갈 일이 없다. 


여러분 집 책장에 1천권 이상의 장서가 쌓여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전자책은 3천권, 아니 3만권을 가지고 있어도 존경심이 들진 않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잠시 짬을 내어 읽고싶었던 책을 꺼내 조용하게 읽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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