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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Sep 25. 2019

콘텐츠 기획자가 느끼는 감정들

콘텐츠 전쟁의 시대에서 기획이란


나는 콘텐츠 제작, 그 중에서도 콘텐츠 기획 분야에서 오래도록 일하고 있다. 예전 공기관에서 근무할 때에도 프로젝트 관리를 많이 했었고 조직에서 나온 후 사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콘텐츠 기획을 많이 한다. 실제 제작도 하지만 주로 프리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콘텐츠 마케팅 프로젝트에서는 고객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우리집 장사만 잘되게 해주세요."


기획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장사가 잘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한다. 


사진으로 홍보할 것인가? 홍보 동영상을 제작할 것인가? 잘 다듬어진 텍스트는 어떨까? 


또 매체도 결정해야한다. 블로그에 할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할지, 유튜브로 할지, 또는 오프라인 광고를 집행할지 등을 결정해야한다. 버스터미널에 광고할까? 인스타그램 스폰서 광고는? 검색포털 검색 광고? 아니면 TV나 라디오 광고도 고려해볼까? 등... 고려해야할 것은 무수히 많다.



우리에게 일을 맡겼다는건 우리의 전문성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은 전문가니까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물론 고객도 똑똑하고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아는게 더 많을 수 있으므로 관련 분야 전문성은 필수적이다.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가는 고객을 뺏긴다.


콘텐츠 기획, 특히 마케팅용 콘텐츠 기획에서는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 자료, 시장 트랜드에 대한 이해, 각 고객에게 맞는 솔루션 등 다방면의 지식과 응용력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고객은 김치찌개를 요구했지만 나는 기획을 통해 참치김치찌개라는 역제안을 할 수 있어야한다. 


이건 상당한 부담이다. 왜나하면 실패했을 경우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책임의 무거움은 사업을 해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밤에 잠이 안온다. 그렇다고 붙들고 앉아있는다고해서 획기적인 기획이 나오는건 또 아니다. 사람 미친다.


이 책임의 무거움 때문에, 돈 거래가 있는 콘텐츠를 기획할 땐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아는 한 만화 콘텐츠 기획자 분은 실력이 훌륭하지만 3년 뒤에 다시 만났을 땐 머리가 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프로젝트를 문제없이 잘 진행되도록 만들려면 여러 사람들을 관리하고 조율 해야한다. 사람 관리는 대단히 힘든 일 중 하나다. 모두가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진 않기 때문이다. 한 조직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웃소싱 개념으로 이 작업은 A에게, 저 작업은 B에게 나뉘어져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이걸 일정 안에 처리하는건 까다롭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 받는 대표적인 감정은 착한 사람이 되고싶은 심리다. 그 누구에게도 욕 먹지 않고는 일이 진행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일을 주고도(돈을 준 것) 욕을 먹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려고 하다보니까, 일부 사람들에게 나쁜 이미지로 각인되는 상황도 왕왕 있다.


그래도 콘텐츠 기획은 재미있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현실화되어서 나중에 결과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는 단순한 아이디어는 콘텐츠가 아니다. 그건 그냥 생각일 뿐이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말하자면 추상적인 어떤 것이다. 이게 실물이 되어 나오는 셈이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기획의 중요성이 다소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촬영이나 편집 등 제작 과정은 눈으로 보이지만, 기획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콘텐츠 기획은 무척 재미있어서 도전해볼만하다. 


1인 미디어 시대에는 기획이 잘 된 콘텐츠가 중요하다. 콘텐츠 제작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전문가들만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뽐낼 수 있다. 콘텐츠 전쟁의 시대다. 


오늘날에는 기획을 잘 해야한다. 기획을 잘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다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응용력이 있어야하고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나는 종이책을 추천한다. 종이책을 추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기획에서만큼은 종이책이 확실히 나은 것 같다. 해당분야에서 아는게 많지 않으면, 기획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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