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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Sep 24. 2019

이른 아침의 글쓰기

글을 매일 쓰는건 대단히 어렵다


새벽과 아침의 정확한 경계는 어디일까? 내가 매일 일어나는 시간은 새벽과 아침 사이의 어디쯤이다. 해가 뜬 것도 아니고 안 뜬 것도 아닌, 푸른 빛이 감도는 세상일 때 눈을 뜨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도 할 일이 태산이군...'


일어나자마자 목이 약간 칼칼해서 냉수 한 잔을 들이켰다. 갑자기 코에서 뭔가가 흐르는 느낌이 난다. 

'설마 코피...?'

슥 닦아보니 그냥 콧물. 다행이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바람에 감기 기운이 살짝 돈다. 


'안돼!'

요즘처럼 바쁜 시기에는 컨디션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일과 가정사 뿐만 아니라 취미 활동이나 글쓰기에도 컨디션은 무척 중요하다. 몸이 가뿐하고 마음이 조급하지 않을 때, 글은 안정적이고 잘 나온다. 첫 문장을 쓰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환자일 때는 요양을 하는게 낫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봤자 글이라고 할만한게 나오지 않는다.


글쓰는 사람 역시 컨디션을 잘 관리해야한다. 나는 글쓰는 작업을 일종의 '일'로 본다. 즉, 노동이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과 흡사하게 글쓰기 역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한다. 


매일 글을 쓰는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계속 반복하는 바람에 이제는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내가 매번 강조하는 것은 "뭔가를 매일 하는건 아주 어렵다"는 단순한 법칙이다.


글을 잘 쓰는 것과 글을 매일 쓰는건 다르다. 매일 써서 잘 써질 수도 있고, 매일 써도 못 쓸 수 있다. 글쓰기는 훈련이고 연습이 많이 필요한, 이를테면 악기 연주와도 같다. 


나는 보통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편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글쓰기의 친구가 되어준다. 일단 머리가 맑고 피로도가 저녁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므로 글을 빠르게 쓸 수 있다. 예전에 모닝페이퍼라는 기법이 유행한적도 있었는데, 모닝페이퍼는 무의식이 어느정도 있는 상태에서 쓴다면, 내가 쓰는 글은 그냥 며칠동안 생각했거나 떠오르는 기억들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풀어내는게 고작이다.


아침은 보통 바쁜 시간대이지만 조금 일찍 일어날 경우 아주 여유로운 시간대이기도 하다. 1시간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면 어떤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오늘 하루동안 할 일을 준비하고 일정을 검토하고 이메일과 댓글들을 훑어보고 출근 준비까지 끝마쳐도 시간이 남는다. 그러면 글을 쓴다. 


아침 시간은 효율이 아주 좋다. 저녁에 1시간동안 써야하는 글이라면, 아침에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아침은 내가 글쓰기에 좋은 시간대지만, 모두에게 어울리는 시간대는 아니다. 사람마다 글이 잘 나오는 시간대가 따로 있다. 내가 아는 작가분은 새벽에만 글을 쓰는데 그 분은 아주 유명한 올빼미 족 중 한 명이다. 십 수년동안 새벽에만 글을 썼다고 한다. 대단한 분이다. 대신 오전에는 그 어디에서도 그 분을 찾을 수 없다.


소박하고 대단한 글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른 아침에 짧은 글 한 편을 브런치에 발행해두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 뭔가 마음이 홀가분하다. 해야할 일 한 개를 미리 끝내 놓은 느낌이다. 


어제 발행했던 '신념과 꼰대' 글은 다음 메인에 걸려서 많은분들이 읽게 되었는데 일과가 바빠서 브런치 알림도 확인 못하고 저녁에서야 확인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오늘 역시 이른 아침에 글 한 편을 얼추 마무리 짓고, 뭔가를 하러 또 가야한다. 글은, 완벽해지려 할 수록 더 완벽해지지 않는다. 완벽한 글이란, 세상에 없는 글이다. 글을 잘 쓰고싶어하는 사람일수록 글쓰기와 멀어진다. 글쓰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글쓰기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하고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 만족해야한다. 즉, 남들에게 칭찬받는 글이 되기 이전에, 자기 자신에게 칭찬받는 글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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