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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Oct 10. 2019

회사 때려치고 프리랜서나 할까?

프리랜서는 괴로워


"야! 나도 회사 때려치고 너처럼 프리랜서나 할까?"

가끔 친구들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상담 전화를 걸어온다. 


나는 콘텐츠 관련 공기관을 퇴사한 후 오래도록 프리랜서 생활을 했었는데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푼돈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시절이라 사실 백수에 가까웠다. 프리랜서는 일이 없으면 바로 백수가 된다. 


일단 나부터가 건실한 조직을 제발로 뛰쳐나온 사람인 까닭에 다른 사람에게 '소속된 조직나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버는게 훨씬 쉽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운 입장이지만, 단순히 회사를 다니기 싫어서 또는 조직내 인간관계 스트레스나 출근이 힘들어서 등 가벼운 이유로 프리랜서를 넘보고 있다면 큰 코 다치기 일쑤다. 



직장인에 비해 프리랜서나 사업자는 더 큰 책임을 져야하며 이건 부담으로 다가온다. 겉으로 보기에 프리랜서는 매우 화려하고 일이 재미있고 하루하루가 즐거울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의 이름으로 고객을 설득하는것과 개인이 고객을 설득하는건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압도적인 실력을 증명해내지 않으면, 당신에게 돈을 지불할 고객은 없다.


내 친구는 회사 다니는게 재미없고 출근하기가 싫단다. 출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돈 되는 일은 거의 대부분 재미없고 지루하고 어려운 것들이며 다른 사람과 연관되어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재미있는 일들은 대체로 돈과 연결고리가 없다. 그러니 부담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 친구는 "회사 가기가 X같다" 란다.


하지만 직장이 없는 상태에서 돈까지 없을 땐 더 X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경제적 여건은 매우 중요해서 일상 전체를 휘두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경제적 여유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친구는 돈 몇 푼 아껴보겠다고 결혼식 축의금을 2만원 내고 3만원짜리 밥을 먹었다가 아직도 뒷담화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걸 따지는게 쪼잔해 보인다고? 사람 마음이란 원래 사소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 좋든싫든 이게 현실이다. 인품은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들에게 항상 빚지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의 법 제도나 세금 구조는 대체로 사업자와 자영업자보다는 직장인에게 좀 더 유리하게 맞춰져있다. 국민연금만 보더라도 조직에서는 50%를 내고 100%가 적립되지만, 프리나 사업을 하게되면 본인이 100%를 모두 내야한다. 평범한 상황에서라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직장인이 대부분 유리하다. 대출도 직장인이 상대적으로 더 잘 나온다. 




나는 오래도록 무명생활을 보내야했고 그땐 돈이 없어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10만원짜리 중고냉장고는 시끄러운 소리를 24시간 내어서 밤 잠을 설쳐야 했고 집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땀에 찌든 축축한 티셔츠를 입고 도서관으로 대피해서 시간을 보냈던 시절도 있었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2개월전에 출시된 최신형 냉장고를 샀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책도 썼고 블로그도 열심히 했다. 언제나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었다. 그런데도 프리랜서 일로 적정한 수입을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내가 운이 좋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이다. 나는 내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론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운이 나빴다면 나는 망했을 것이고 이런 글도 못 썼을테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분들의 도움이 있었을테고 내 노력만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범위는 아주 작다. 


프리랜서로 돈을 버는건 대단히 어렵다. 이건 프리랜서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에 도전했다가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난 뒤에 후회한다. 




프리와 직장인 둘 다 해본 입장에서 프리랜서보다는 직장인이 좀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더라도 직장인이 편하다. 프리는 아예 출퇴근 시간이라는것 자체가 없는데다가 항상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한다. 출장도 많이 가야하고 싫어하는 사람과도 비즈니스 미팅과 프로젝트를 해야한다. 이것도 그나마 일이 있을 때 이야기이고 일 없으면 오히려 더 괴롭다. 프리랜서가 좋아하는 일만하고 매일이 행복하다는 추측은 대표적으로 잘못된 오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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