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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Oct 20. 2019

주 7일이 뭐 어때서?

시간이 최우선순위인 사람

얼마전, 이사를 하고나니 집에 커튼이 없다.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블라인드를 직접 사서 셀프로 설치하는 방법이 있고 업체에 연락하여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가에게 설치를 받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저렴하지만 시간이 다소 들고 숙련되지 않았다면 원하는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후자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들지만 완벽하게 설치할 수 있다. 이때의 내 선택은 후자다. 블라인드 설치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후자다.



나는 물건을 살 때 오래도록 고민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고 적절한 가격이라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산다. 고민하고 비교하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훨씬 효율이 좋을뿐만 아니라 그런 고민하는 시간 자체를 아깝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교우위 개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돈을 지불하고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산 다음, 나는 그 시간에 내 전문분야에 해당하는 다른 일을 하면 결과적으로는 상대측과 나 모두 이익이 된다.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어차피 우리가 살 수 있는 기간은 제한적이고 대단히 짧다. 평균 수명이 많이 늘었다곤해도 길어봤자 80년에서 100년이다. 단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나는 돈보다 시간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에게 우선순위는 항상 시간이다. 



나는 돈 없이 가난하게 꿈을 꾸던 시절에도 이렇게 생활했고 지금도 이렇게 생활하고 있다. 나에게 제일 중요한건 언제나 시간인 까닭에 약속, 특히 시간 약속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약속 시간을 자주 어기는 사람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그가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방식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며 시간이 최우선순위가 아닌 사람의 가치관도 인정한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살아가면 그만이지 누군 옳고 누군 그르다고 평가하는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무엇보다도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를 평가할만큼 훌륭하지 않다.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게 어쩌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나는 주 7일 일한다. 나는 사업을 하고 프리랜서처럼 개별 활동도 한다. 두 개가 섞여있는 조금 특이하고 복잡한 스타일로 일을 하는데 의도했던건 아니지만 어떻게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머릿속은 항상 사업 관련이나 일에 대해 생각하느라 바쁘게 돌아간다. 우리집에 TV가 없는걸 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놀란다. '어떻게 집에 TV가 없을 수가 있지?' TV 없이 산지 10년도 넘었다. 적어도 나에겐 TV 채널을 하염없이 돌려가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더 놀랍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잘못된건 아니다. 그냥 내 눈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 뿐이다.


나에겐 정해진 휴일이 없다. 내가 서른살이 넘으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한가지는 '이번생에 내겐 휴식이 없다'는거다. 다음 생이면 모를까. 사람들, 특히 내 친구들은 주 7일 일하고 항상 뭔가를 하고있고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는 나를 보며 혀를 내두른다. 


아무리 시간이 소중하다고해도 적절한 휴식은 필요하다. 나 역시 오래도록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많이 지쳤다. 체력도 20대때와는 달라서 여기저기 아프기도 하고 매우 피곤한 날에는 단순포진에 걸리기도 한다. 몸에 좋다는 무슨무슨 상품에 자꾸 관심이 가는걸 막을 수가 없다. 회식 다음날에는 술이 안 깬다. 


바쁜 와중에도 적절하게 휴식을 하려면, 휴식을 취하면서도 뭔가를 얻을 수 있는게 좋다. 나는 독서를 선호한다.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뭔가를 깨우치고 배우는 즐거움은 남다르다. 


예전에 조직에서 근무할 때는 매일 아침이 지옥같았다. 일이라고 하는건 역시나 스트레스였고 업무 자체를 내가 컨트롤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마음껏 뭔가를 하는 느낌이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내가 주 7일동안 하는 일들은 거의 대부분(그렇지 않은것도 있지만) 내가 원했기 때문에 하는 일인 것이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다기보다는 어쨌거나 처음 시작은 내가 오케이 했기 때문에 하는 일. 그래서 주 7일이든 주 10일이든 할 수 있다는게 내 결론이다. 자기주도성. 이건 나에겐 정말이지 중요한 가치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여러가지 알게 됐다. 예를들어 똑같은 글을 써도 언제 쓰는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지를 스스로 알아내는 일 같은 것들이다. 


술을 대단히 좋아하던 사람이었지만 요즘에는 술도 잘 먹지 않는다. 일을 해서 돈 버는게 술 먹는 자리보다 더 재밌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 TV가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이런 글처럼 기록을 남기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간은 아주 즐거운 경험이며 내 안에 내재된 관심받기 좋아하는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시켜준다. '관종'끼는 절대로 나쁜게 아니다. 이걸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편하게 살면서 꿈을 계속 꿈으로만 가지기 VS 힘들고 바쁘지만 원했던 꿈을 이뤄가는 삶. 내가 원하는건 후자다. 인생이 짧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멋있는 사람을 여러번 보았다. 뭔가에 깊이 몰입해서 자신만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내뿜는 진정한 멋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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