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시언 Nov 08. 2019

가끔 있어야 좋은것들

남의 떡은 왜 커보일까?

근 몇 달간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일하거나 작업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이토록 빨리가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계절을 모르고 살았다. 외투만 두꺼워졌을 뿐이다. 여름옷이 가득 담긴 빨래바구니가 나를 쳐다보며 닥달하고 있다.


아주 간만에 제대로된 휴일을 맞았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날이다.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조용하게 앉은 다음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이나 실컷 읽고 싶은 그런 날. 그런 시간들이다.



미치도록 그리웠던 휴일이었던터라 휴일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잊어버린것만 같다. 오랜기간의 무명, 백수 시절땐 미치도록 일이란걸 하고 싶었고 할 일 없는 시간들이 지긋지긋했었다.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나는 오래도록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어딜가든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 수년을 그렇게 다녔더니 기억은 없고 사진만 남는 여행이 되곤했다. 내 눈으로 보고 즐기기보단 카메라 화면에 담는 여행들이었다. 어느순간, 나는 내가 카메라의 조종을 받는 로봇같다고 느꼈다. 내가 카메라를 오퍼레이션하는게 아니라 카메라가 나를 조종하는 느낌이었다. 마음같아서는 이 빌어먹을 카메라 따위는 불태워버리고 100%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약간의 사진같은건 필요했던 까닭에, 요즘에는 가능하면 사진 촬영을 자제하고 나 자신으로서의 회귀, 몸으로 느끼고 즐기는 여행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습관처럼 셔터에 손이 가지만 강제로 참아내야한다.




남의 떡은 왜 커보일까?


원래 사람 심리는 상향식이라서 가지지 못한것을 더 원하기 마련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모든면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는 법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자 최고 가치를 행복으로 손꼽는다. 행복은 상대적이고 매우 주관적인 것이라서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험할수도,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다자이오사무의 <인간실격>에는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행복을 얻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성공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성공이란건 그만큼 책임져야할것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행복 역시 계속 반복되면 행복하지 않을지 모른다. 자유로운 생활이 언제든지 가능한 환경에서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행복하려면 행복으로부터 멀어져야한다. 결국 손에 잡히지도 않을 행복만 좇다보면 불행해진다. 


행복은 누군가 툭 던져주는 어떤 물건이나 쟁취해야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지금 내가 처한 환경에서 최대한 끌어내어 느껴야 하는 무언가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아주 가끔 경험해보기


내가 오늘 보내는 휴일은 내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이런 시간이 매우 행복하다. 똑같은 휴일이어도 백수시절땐 이런 시간이 지옥같았다. 


공기는 항상 있기에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는 대표적인 자원이다. 어떤것의 소중함을 알려면 그것이 없는 시간을 경험해보면 된다. 가장 친한 친구가 매일 곁에 있어 지겹고 귀찮다면, 그 친구랑 오래도록 떨어져 지내보면 소중함을 알 수 있다. 당신이 돈없이 가난한 시절을 오래도록 경험한다면(그런 시기를 추천하고싶진 않지만), 돈의 소중함과 돈의 무거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생은 가능하다면 경험하지 않는게 좋겠지만, 만약 불가피하다면 피하지말고 온몸으로 느껴보는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런 고생을 뚫고 원하는걸 얻었을 때의 기쁨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운으로 무언가를 얻는것과 치열한 노력끝에 얻는건 똑같은 결과물이어도 느끼는 자신감이 다르다. 후자의 경우, 그러한 노력끝에 얻은 결실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 얻어진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속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가령, 로또복권 1등에 운좋게 당첨되어 10억을 버는것과 사업을 열심히 운영해서 10억을 버는것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운'은 좋은 결과를 담보해주지 않는다. 운도 실력이라고? 그 운이 여러번 반복되어야 실력이다.




가끔 있어야 좋은 것들


가끔 있어야 좋은것들도 있다. 뭔가를 소유하기보다는 아주 가끔 즐기도록 만드는것도 인생이 행복해지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여행이 좋아서 여행 작가가 된다면, 여행을 일로 해야하는 까닭에 여행이 싫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든 세상에 쉬운일이 없다. 꼭 전문성이라고는 코빼기도 없는 인간들이 다른 사람의 직업이나 일을 폄하하고 비난한다. 그들은 가끔있어야 좋은것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야! 저런거는 나도 그냥 하지!'

바보들만이 다른 사람을 근거없이 비난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 한다. 그 일이나 직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만이 그것이 쉽다고 말한다. 




가끔 있어야 좋은 것들. 가끔 있기 때문에 좋은 것들. 지금의 내겐 휴일이 그렇다. 이런점에서 볼 때 가끔 있어야 좋은것들을 더 자주 있게 만들려고 아둥바둥할 필요가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치킨을 3개월간 끊었다가 먹어보시길...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