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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Nov 06. 2019

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

살기 위해 쓰는 글

젊은시절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궁금했던 사항은 '왜 사람들은 글을 쓰려고 할까?'였다. 이건 나로부터 출발한 질문이다. 나는 왜 글을 쓰려고할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


글? 귀찮고 따분하고 재미없고 지루한것 아닌가? 1년에 책 한 권 안읽는 친구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나에게 글이란 미지의 것이었고 신문물에 가까웠다. 나는 정식으로 글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내 글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자유롭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글을 배웠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닐수도 있고.



글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굳이 안해도 되는 글쓰기를 왜 하는지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예를들어 연예인들이 책을 내는 경우, 그들은 책을 내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왜 책을 쓰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 연예인을 무작정 찾아가서 물어보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주변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안보였고 범위를 넓혀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운좋게 이문열, 김주영 등 유명한 소설가들을 만날 일이 몇 번 있었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거장이었던 탓에 내가 가진 사소한 질문 따위를 하는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러면 이제 길은 하나다. 책에서 찾아야한다. 글을 왜 쓰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글로 써 진 책을 읽는다는건 다소 아이러니다. 그리고 명확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글을 쓴 사람이 작가이고 작가가 쓴 게 책이니까 책에서 글을 왜 썼는지 찾는다는건 내가 해수욕장에서 잃어버린 반지를 찾는일보다 더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즉, 이미 이유가 있으니까 쓴 것이라서 그 이유를 되짚어 물어보는건 마치 누군가에게 '왜 태어나서 사냐'고 물어보는것과 다르지 않았다.



자기회귀적 명상은 어떨까? 오래도록 깊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첫번째. 사람에겐 뭔가를 기록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이건 DNA에 박혀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보편적인 성향이다. 인생이 유한하다는점, 그리고 그걸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짧은 인생에서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기 유전자의 50%를 남기는 일이 자식을 놓는 것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남기는 일은 바로 글인 셈이다. 과거 사람들이 남긴 다양한 유무형의 기록들이 있다. 우리는 습관처럼 뭔가를 남기고 싶어한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도 이 세상의 시간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두번째. 글은 가볍고 빠르다. 의사전달을 하거나 무언가를 표현할 때 아주 빠르게 작업할 수 있는 콘텐츠다. 빨리 쓸 수 있다. 누구나 쓸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료할 수 있다. 이게 글의 매력이다. 만약 여러분의 간단한 생각을 동영상으로 만들어야한다면, 3시간이 넘게 걸릴테고 작업 시간동안 생각을 풀어내는 일을 포기하게 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 그러나 글은, 간단한 생각을 풀어내는 정도라면 30분이면 충분하다.


세번째. 글은 매력적이다. 특히 손편지는 몹시 감성적이다. "사랑해"라고 말하는것과 정성들여 쓴 편지에서 '사랑해'라고 적는건 둘 다 사랑한다는 의사표현이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즉, 글은 말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네번째. 글은 곧 '나'다. 글은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생각은 모두가 다르다. 당신이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건 당신의 생각이다. 왜?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당신의 행동을 보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이란건 대단히 중요하다. 생각과 글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생각이 곧 글이니까.


어떤 글이든 글 자체는 전부 다 다른 글이 된다. 내 글은 '나의 글'인 것이다. 세상에 내 것이라고 할만한게 많지가 않다. 어쩌면 글만이 나를 표현하는 유일한 매체일지도 모른다. 





위 네가지 중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는 아마도 첫번째. 기록하려는 욕구일 것이다. 글은 기록용으로 아주 좋다. 나도 가끔 내 글을 찾아 읽을 때가 있다. 기억이란건 대단히 제한적이고 정확도가 낮다. 오래된 기억을 신뢰하는건 어렵다. 글쓰기를 즐겨하는 분들에겐 일기 쓰는걸 권하고 싶고, 블로그나 브런치처럼 일상을 공유하는 형태의 일기도 좋겠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은 누군가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수 있고 유익한 내용이 될 수 있다. 최근에 5년전에 블로그에 썼던 여행기를 다시 찾아 읽었다. 감회가 남다르다. 행복감이 느껴진다.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나는 예전에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썼다. 블로그 글도 그렇고 잡지나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글 등으로 몇 푼의 돈을 벌어 그걸로 밥벌이를 했었다. 지금은 글 따위는 1년 넘게 쓰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데도 왜 나는 여전히 글을 쓰려고하는걸까?


결과적으로 그냥 '쓰고 싶어서 쓴다'에 가깝다. 나는 내 생각을 표출하고 싶다. 내 의견을 정리해서 기록해두고 싶다. 이걸 표출하지 않으면, 이 생각이란 악마들이 내 두뇌를 가득 채우고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서 결국엔 나를 잡아먹을 것 같다. 그래서 마치 배설하듯 토해내고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서 쓴다. 이것도 어쩌면 살기 위해 쓰는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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