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땐 글을 씁니다.

by 남시언

저는 열등감을 연료삼아 달리는 기관차처럼 살아왔습니다. 가진 실력과 능력, 재능은 매우 부족했지만 욕심은 많았죠. 남들이 부럽고 그들이 가진 무언가를 나도 가지고 싶었으며 남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죠. 마치 그들과 똑같은 레인에서 달려야하는 단거리 경주같은 인생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했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이겨야했고 반드시 그래야만했죠. 압박감이라는 이름이 붙은 터널을 거치면서 많은걸 잃었고 많이 지쳤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열등감이라는 연료는 저를 열심히 달리게 해주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걸 불태워 없애버리기도 했습니다.


슬프다는 감정은 복잡미묘합니다. 설 연휴가 코앞인데도 머리는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기만합니다.


문득, 슬퍼지는 날이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글을 씁니다. 글은 제가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마음속 응어리를 토해낼 수 있는 배출구이기도 하죠. 신경이 예민해서 평소에 잠도 잘 못자는 성격인탓에 생각이라는걸 많이하는 팔자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항상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거나 말로 풀어낼 순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나와 다르며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사람은 드뭅니다. 더군다나 자칫 말실수를 했다가는 비밀이 지켜지지 않아 곤란을 겪기 십상이죠. 사과가 자연스럽게 열리는 나무처럼 감정이 요동치는 온몸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오만가지 생각들을 어딘가에는 뱉어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건 제가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기쁠 땐 흥분한 상태이므로 글에 집중하기가 다소 어렵습니다. 슬플 땐 반대입니다. 지금 저는 꽤나 슬픈 감정을 느끼지만, 이 감정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는지는 모릅니다. 감정이란건 원래 그런것이지요. 태생적으로 감정이 말랑하고 신경이 예민한분들은 예술이나 콘텐츠 제작쪽에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만봐도 눈물을 흘리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이기전에, 여러가지 이유들로,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무의미한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유통기한이 1초인 가벼운 말로 인해 혼란을 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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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에는 밥벌이 수단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글쓰는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운좋게도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죠. 이제는 돈과 무관하게 글을 씁니다. 슬플 때 오래도록 글을 쓰는건, 공감하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위로하는 연기에 피곤해하는 다른 사람들의 위로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요동치는 감정을 부여잡지 못하고 부화뇌동하게되면 모든게 무너집니다. 슬플 때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해야하죠. 슬플 때 글을 쓰는 일은 대단히 좋은 극복 방안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꼭 공개된 장소에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일기장이나 다이어리, 스마트폰 메모장도 좋겠죠. 저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글이 있습니다. 평소에 그냥 끄적거린 글들이죠. 나중에 이 글을 읽어보면, 당시에 어떤 생각과 어떤 감정을 느꼈었는지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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