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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Mar 08. 2020

자극적인 세상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

시끄러운 세상에서 한가지 좋은점이 있다면, 조용하게 책 읽을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항상 너무 바쁘게 움직여야했고 신경쓸게 많았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뭔가 조급하게 하고있지 않으면 마치 뒤처지는 듯한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차분하게 뭔가를 하고 있지 않은 나를 발견하는게 일상이었다. 


너무나도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 그리고 너무나도 화려하고 자극적인 세상에서 책은 조용한 시간을 나에게 선물한다. 뭔가를 배우고 학습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에는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책을 읽는 경우도 늘어났다. 꼭 이유가 있어야하나? 조용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용하게 책을 읽고 싶을 땐 컴퓨터든 노트북이든, 심지어 스마트폰도 꺼두거나 저 멀리 감춰놓고 읽는다. 방해물이 없는게 좋다. 


자연스러운 화이트 노이즈(파도소리 등)을 켜두고 책을 읽는다면 여기가 휴양지요 해변처럼 느껴지겠지만, 책에 집중할 때는 그냥 아무 소리도 없는게 나는 좋다. 그러면 저자의 글이 목소리가 되어 들리는 듯 하다.


전화기를 멀리두고 책을 읽고 있는 시간에는 친구들은 "왜 전화를 안받냐"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몇 시간에 한 번 정도는 확인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이 있는건 아니다.


우리는 집중력이 매우 낮아진 문화에서 살고 있다. 언제나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변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지면, 더 자극적인걸 원하게 된다. 이런 달리기는 멈출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은 진득하고 깊은 눈망울 보다는 화려함을 좇아 안절부절 못하는 눈빛을 갖고 있다.


몇 시간 정도 책에 있는 이야기에 수영하듯 빠져들었다가 나올 때면 마치 개운하게 달리기를 끝냈을 때 처럼 기분이 홀가분해진다. 책을 읽었다는 보람도 있지만, 생각이 차분해지고 행동까지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이런 느낌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껴봐야한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독서력이 어느정도 쌓여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만난 많은 저자들이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었기 때문에 나는 책을 억지로 접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인생을 바꾸고 싶었고 그만큼 간절했다. 20대때 특히 많은 책을 읽었지만, 실제로 인생은 아주 느린 속도로 바뀐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1년동안 책 한 권 읽는 법이 없지만 그런대로 잘 먹고 잘 사는걸 보면서 나는 무척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세상을 이해하는 해석이 판이하게 다르며 어떤 선택을 할 때 조용하게 쌓아둔 생각들이 큰 힘이 되어준다.


새벽 5시쯤이었나. 오늘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버렸다. 할 일도 없고 마침 주말이었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을 준비한 다음 며칠전 택배로 받은 책을 곧장 읽기 시작했다. 시간에 맞춰 해가 떴고 날이 밝았다. 지금은 오전 10시경이지만, 이미 하루를 알차게 보낸 느낌이 든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세상에서 책을 읽는 행동은 아주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패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낡은 방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에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자극적으로 변할수록 클래식을 원하는 사람도 함께 늘어나는 법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을 보면 된다.


자기계발을 하고싶은 사람이라면, 이제는 클래식과 최첨단 콘텐츠가 조합되어야한다. 책도 읽으면서 동영상으로 일상도 기록해야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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