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글이 쓰고싶어졌다.

그런데... 무슨 글을 쓰지?

by 남시언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한동안 못 썼기 때문이다. 아니, 안 쓴 건가? 그러고 보니 한동안 꽤 바빴다. 연말이라 술자리도 많고. 연말에 몰리는 일도 많았다. 이것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연초까지는 아무래도 계속 바쁠 것 같다. 탁상달력엔 빈공간 없이 빼곡하게 일정이 들어찼다. 일정과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는 요즘이다.


나는 보통 새벽 일찍 일어나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새벽녘의 고즈넉함과 분위기, 맑은 두뇌와 생각들, 동트기 직전 특유의 풍경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일과를 마친 밤에는 너무 피곤해서 도무지 글을 쓸 체력이 남지 않는다. 약간의 휴식을 하고 편안하고 조용한 상태에서 밤새도록 꾼 꿈에 관해 이야기를 하거나 그저 쓰고싶은 이야기를 키보드를 두드리며 쓰는 새벽이 좋다.


어제도 늦게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일찍 깼다. 5시간 정도 잤으니까 잘 만큼은 잔 듯하다. 일찍 일어나서 이번 주 일정을 점검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겼다. 일출을 보고 싶어서 밖으로 나가보니 부슬부슬 비가 온다. 오늘은 글렀다. 겨울에 뜨는 태양은 늦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모양새다. 사람들은 1월 1일 새해 첫 일출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날짜나 시간개념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임을 따져보면 지구 입장에서는 매일이 1월 1일이고, 매일 아침이 새로운 태양이다. 글을 쓰고 싶어서 글을 시작했는데 무슨 글을 써야 할까? 자기 계발 적인 이야기? 단편 소설? 일기? 그것도 아니라면…. 에라 모르겠다.


최근에 너무 바쁜 생활을 했더니 에너지가 방전돼도 한 참전에 방전된 느낌이다. 이어지는 술자리는 체력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한데, 그렇다고 또 빠질 수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렇다. 일이 바쁜 건 어떤 측면에서는 기쁜 일이다. 나 같은 프리랜서는 일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더 유명해지고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지금처럼 숨쉬기도 힘들 만큼 바빠 버리면 좀 곤란해진다.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택한 시간인데. 여유를 갖기 위해 여유를 헌납해야 하는 이 느낌은 되도록 경험하고 싶지 않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여행도 못 가고 스트레스도 쌓인 느낌이라 안타깝다. 바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어디라도 훌쩍 떠나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힐링을 하고 싶다. 시간이 안 맞는다면 혼자라도 좋겠지.


겨울 여행은 묘한 매력이 있다. 어디를 가도 조용하고 한적하다. 스키장 같은 겨울 특화 장소가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겨울 바다를 사랑한다. 그 강한 추위와 바람에선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입대 직전에 갔었던 망상해수욕장과 광안리 바다가 떠오른다. 그때도 매우 추운 겨울이었는데, 아마 그때부터 겨울 바다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칙칙폭폭 거리며 겨울 바다로 가보고 싶다. 기차 안에서 낮잠도 자고 캔맥주도 하나 먹으면 좋겠지. 이어폰으로 여러 가지 음악을 듣다가 지겨워지면 음악을 꺼버리곤 조용하게 기차 소리를 감상하는 것이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편안하게 앉아서 지나가는 승객들을 보며 그들의 삶에 대해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즐거울 듯하다.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가보고 싶다. 1박을 해야 할까? 아니면 새벽 일찍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도 괜찮겠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글 쓰는 여유가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밥만 먹고 글만 쓰는 사람에게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그는 아마 정신이 빛나는 인물일 것이다. 얼마 전에 비운의 천재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의 생가와 문학관에 다녀왔는데, 정말 많은 걸 느꼈다. 그 좁고 추운 낡은 방에서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동화가 탄생한 것인지 새삼 놀랐다. 그래서 1월에는 선생의 작품을 모조리 사서 차례대로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나도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아직은 실력이 미천하여 희망 사항일 뿐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20대 초반인데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 서른도 아니고 서른하나라니. 예전에는 어디 가서 나이를 말하면 "생각보다 젊으시네요"란 말을 듣곤 했는데 요즘에는 "음…."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모두가 형, 누나고 선생님이고 선배님이었는데, 요즘에는 나도 오빠거나 형이라 불린다. 어딘가에서 막내로 있는걸 엄청 싫어했었지만 가끔은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세월이 야속하다. 어릴 땐 서른 정도 되면 멋진 어른이 되어 세상의 모든 것에 통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닥쳐보니 턱도 없다. "애인 있어요?"가 "결혼은요?"로 바뀐다.


다들 바뀐다. 모든 게 바뀐다. 글을 쓰다 보니 창밖이 밝아오고 있다. 이제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다. 이번 주도 힘내서 보람찬 하루 들을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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