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괜찮은 한 해 였다
올해 70곳을 여행했고 블로그에 384개의 글을 썼다. 음식점 163곳을 다녀오고 전국을 돌며 62시간동안 강의를 하면서 여기저기에 81건의 원고를 기고했다. 썩, 괜찮은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1월 1일에 작성한 '올해의 목표'를 보면, 블로그 글 400개 쓰기가 있는데 16개 차이로 달성하지 못했다. 하루만에 16개를 써버릴까 싶다가도 마지막 날이라는 알 수 없는 분위기때문에 오늘 하루는 그냥 쉬어야겠다.
올해도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껏 아직 '만'으로는 20대라고 자위해왔지만, 이젠 그것도 불가능해졌다. 진짜 30대다. 꼬맹이들한테 '아저씨'라고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지난 10년을 천천히 떠올려본다. 밥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대학가 식당에서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먹었는데 반찬이 2개였다. 이때가 2010년이다. 책 가방에 넣어다니는 도시락이었기 때문에 국같은건 아예없고 반찬이라고해봤자 비쩍 마른 멸치나 계란 정도가 전부였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저녁은 컵라면 하나로 버티면서 밤 10시까지 도서관 열람실에서 뭔가를 공부했다. 근데 그때도 전공보다는 책 읽는게 더 재미있어서 주로 자기계발 서적이나 위인전, 실용서들을 봤다. 이때 읽었던 수 백권의 책들이 지금의 나를 상당수 만들었다. 2011년에 책상과 의자를 살 돈이 없어서 박스를 2층으로 쌓아 방 바닥에 앉아서 13인치 노트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던 녀석이 이제는 300만원짜리 올인원 데스크톱과 내 전용 데이터 서버까지 있다. 이번달에만 700을 벌었고 이 구역에서 가장 많은 음식을 먹어본 놈이 된지도 한참이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열등감으로 얼룩진 20대는 내 열정의 밑거름이 됐다. 모든 이가 손가락질하고 실패할 거라던 일을 해오면서 나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멈출 수 없었다. 시대는 바뀌었고 달라졌다. 지금껏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나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할 많은 이벤트.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어제는 친한 동생이 "일 할 때 언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묻길래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그다지 스트레스가 없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일에서 스트레스를 느낄 수가 없다. 내가 하는 일은 매우 재미있고 신나는 작업이다. 머릿속에만 있던 이미지가 눈에 보이는 현실이 된다는 건 얼마나 환상적인가? 강연, 글, 콘텐츠, 큐레이션, 상품화, 그 외 모든 작업물…. 일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성과가 날 수가 없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므로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만들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편하게 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공부한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관계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이론들을 접목해보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겠다. 일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애초에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았을 것이다. 나는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즐겁게 일하고 나는 이 일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내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일 할 때가 아니라 일이 없을 때다. 프리랜서는 일이 없으면 1초 만에 백수로 전락하고 심각한 우울증을 겪게 된다. 사실상 이때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데, 내 주변 프리랜서들을 보면 일없는걸 참지 못하고 직장에 들어가거나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손을 댄다. 바다에 표류해서 목이 마르다는 이유로 바닷물을 벌컥 마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자기 PR 시대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블로그와 SNS는 매우 좋은 도구다. 실력을 갖추고 틈새를 찾으면 기회는 널려있다. 중요한 건 기회가 왔을 때 부여잡을 수 있는 준비성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작은 것에서 드러난다. 나는 강의를 할 때 항상 물을 들고 다니고, 강의 도중에는 물 외에 그 무엇도 먹지 않는다. 커피나 초콜릿 하나조차도.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강의 전날에는 절대로 술을 먹지 않는다. 체력을 아끼고 1분이라도 더 강의 준비를 해야 하는 까닭이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주기로 했었는데 마침 다음날 강의가 잡혀서 급하게 취소한 적이 있다. 여자분한테 굉장히 미안한 일이었고 쌍욕을 먹었지만 내 철칙을 어길 순 없었다.
우리가 덫에 걸려 빠져나올 수 없는 딜레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며 허우적대는 이유는 그 덫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남들이 가는 대로 휩쓸려 따라가면 인생은 고달프게 마련이다.
나는 더 많은 젊은이가 고향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길 바란다. 대중들은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게 마련이니 그 길을 내가 직접 만들 계획이다. 내가 고향에서 성과를 내고 성공한다면, 나를 따라올 다른 젊은이들이 모델로 삼아 약간의 희망을 보면서 자신의 꿈도 전혀 허황된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걸어가게 하려면 누군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 내가 읽었던 책의 저자들은 내 생각을 파괴하고 꿈과 희망을 선물했다.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은 고작 오솔길 정도에 불과하다. 여전히 가시밭길이고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내 친구는 나를 '혁명가' 같다고 했다. 2017년에도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