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친구의 소개팅

스님이 소개팅을 해도 이 친구보단 나을 것

by 남시언

내 친구가 또 소개팅을 했다. 바로 어제의 일이다. 왜 '또'라고 하냐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껏 많은 소개팅을 했다. 하지만 연애는 못했다. 분명 그럴 것이다. 소개팅을 그렇게 많이하고도 어쩜 그렇게 발전이 없는지 의아할 정도다. 스님이 소개팅을 해도 이 친구보단 나을 것이다.

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시대 최고의 난봉꾼으로서 자기 눈에 보이는 여자란 여자는 모두 찔러보고 다닌다. 만약 이 친구의 직업이 펜싱이었다면 세계 챔피언이 되는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무척 빠르게 사랑에 빠지는 순수하면서도 음탕한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접근하지만 결과는 항상 좋지 않다. 대체로 개망신을 당하거나 연락이 두절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면 또 다시 다른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다. 자기 말로는 대학생때 여자들을 많이 사귀었고 때때로 잠자리도 가졌으며, 나름대로는 꽤 인기가 있었다고하는데, 바로 옆에서 지켜본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건 단 한번도 그런걸 보거나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애에 실패하는 남자들의 공통된 착각은 자기 혼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첫만남부터 어색하고 닭살돋게 단 둘이 만나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내거나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며 아무 재미도 없는 시간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친구는 결코 그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 <정말 웃긴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이나 인터넷에서 조사한 콩트를 달달 외운다고해서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 되는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자신이 매력적이고 잘 생겼으면서 유머러스하고 눈 앞에 앉아있는 여자를 충분히 꼬실 수 있다고 말한다. 정말 그랬다면 지금쯤 아들딸 삼남매는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실제론 애인은 커녕 진지하게 연락하는 사람도 없는 형편이다.

다시 친구의 얘기를 해보면 사람은 진짜 착하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사실 세상 모든 사람이 착하다고 할 수 있다. 착한 것과 매력적인건 별개의 문제니까. 나는 친구에게 '생기다 만 얼굴'이라 부르지만 객관적으로보면 얼굴 자체는 그나마 봐줄만하다. 키는 평균보다 살짝 작은 편이지만 가끔 귀엽게 보일때도 있다. 예전에는 어디 깡패마냥 검은색 바탕에 무지개색 줄무늬가 있는 티셔츠와 함께 흰색 면바지, 그리고 검은색 구두 따위의 패션을 구사했는데, 최근에는 청바지도 입고 운동화도 신으면서 준수해졌다. 문제는 머리가 텅 비어서 아는게 아무것도 없는데다가 말주변까지 없어서 대화가 안통한다는데 있다. 거기에 자기 할 말만하고 상대방의 말은 듣지않는 특유의 성향까지 합쳐지면서 절정을 이룬다. 더 큰 문제는 이 친구가 눈이 높다는데 있다. 치마나 원피스에 환장하는 녀석인데 또 나이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 이 친구의 집에는 거울이 없는게 분명하다. 진짜 확신한다.

얼마전부터 이 친구가 하루종일 하는게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아침부터 잠들때까지 계속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다. 밥먹을 때도, 여행지에 가서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시도때도없이 누군가와 연락을한다. 곁눈질로 살펴보니 대화방이 수십개가 있는데 그 많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여러명이랑 동시다발적으로 채팅을하면 헷갈리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그런걸 헷갈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기가찰 노릇이다. 그 많은 채팅 대상들 중에서 실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친구는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누군가는 '소개팅을 주선해주고나 떠드시지!'라고 할 수 있다. 오래도록 여러명을 소개시켜준 적이 있는데 잘 되는 꼴을 본 적이 없어서 이제는 소개같은걸 안시켜준다. 만약 이 친구를 보고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느끼는 남자가 있다면 미친놈일 것이다. 이 친구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저기 여자있다"라고 이야기하면 "어디?"하면서 1초만에 쳐다본다. 이때를 제외하면 친구의 눈은 항상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다. 엄지손가락의 지문이 없어지는건 아닐까 염려될 정도다.

어쨌거나 친구가 또 소개팅을 했다. 나는 이 친구가 정말로 연애에 성공하길 바란다. 콩고물이나 새로운 애인의 친구를 소개받고싶은 마음이 있는건 아니다. 그저 수십번의 소개팅을 했으면 한 번 정도는 성공해야 이치에 맞지 않을까라는 다분히 상식적인 생각에서다. 일단 큼직하게 삐져나온 콧털부터 정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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