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마호로역...>,<문자 살해 클럽>
아주 설득력 있고 또 아주 그럴싸한 구조로 계속 흥미의 끄트머리를 잡아서 책을 읽게 하는 힘은 있는 것 같은데 뭐랄까 이 여성적인 목소리는 내가 공감하고픈 여지를 왜 주지 않는 것일까? 왜 그냥 그런가 보구나라고 생각만 하게 할까? 내가 잘못인가? 이 책의 저자 혹은 소설의 내레이터의 캐릭터가 나와 맞지 않은 것인가? 묘한 의구심이 들어 책을 수습하지 못하고 던져버렸다. 뭐랄까? 글로써만 소통이 가능하고 온전하게 살아낼 수 있는 글이 자신의 전부인 듯한 한 인간의 묘하게 비뚤어진 상상력? 그런 것들을 투명하게 그렸다고는 생각되는데, 독자의 멱살을 잡아끄는 스타일은 아닌 듯.
작가 이름이 낯익어 찾아보니 나는 도서관에서 시그리드 누네즈의 책을 무려 4권 다 보았던 것!, 그런데 완독을 한 것은 '수잔 손택을 회상하며'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가 사는 방식> 밖엔 없다. 나머지는 흥미가 없진 않은데 본격적인 독서의 수렁으로 이끌진 못하는 그런 류의 책이었던 기억만 있다.
일본 작가들의 책들은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 분야의 책들을 가끔 재미로 찾아 읽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 얻어걸리는 소설들이 있어서 늘 신간을 유심히 보곤 한다. 하지만 이 책, 미우라 시온의 유명한 "마호로역"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의 경우 3/5 지점에서 관두고 만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는데, 그래도 뭔가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없는 것 같다...,,,
영화로 치면 지극히 대책 없이 낙관적인 일본 영화 특유의 정서가 여기 소설에서도 느껴진달까? 뭔가 멋있는 척하는 만화 속 주인공 같은 30대 남자 둘이 등장해서 묘한 브로맨스를 형성하며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그들의 불편한 동거와 심부름이라는 소재로 엮어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구성의 묘는 있는데, 그리고 가장 어울리지 않을 법한 범죄와 초등학생을 결부시키는 병맛도 사회를 반영하는 듯 재치는 부리곤 있는데, 인물의 묘사나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방식이 뭐랄까? 전혀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 자체가 블랙 코미디스러운 시크한 시트콤 같은 성격은 있지만, 소설의 온도가 나와 전혀 맞지 않아서, 맞지 않은 옷을 입고 탈의실에서 한참 나와 돌아다닌 것 같은 부끄러운 뒷 맛을 남긴 것 같다. 책을 읽는 사람의 뒤태가 왠지 부끄러운 느낌이 든달까...
미우라 시온의 책은 그래서 그렇게 여기며 넘어갈 것 같다.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라는 기괴한 이름의 러시아 작가의 정말 신박한 1장의 요설이 뒷덜미를 강타하는 오랜만에 느끼는 타격감이 있는 그런 책 <문자 살해 클럽>
대단히 도전적인 독서가 될 것임을 예감했지만, 일요일 어린이 도서실에서 아이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를 보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책을 펼쳤다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20분의 숙면을 취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2장의 햄릿 변주에서 맛이 가서 너무너무 피곤하게 만드는... 뭔 소린지 따라가려다 기력을 소진하게 되는...
그래서 이 도전적인 짧은 책은, 그 강하고 떨떠름한 첫인상만 남아 있게 되었다
가끔은 이런 책들을 내놓는 출판사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처음 듣는 저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다가도 본격적인 리뷰나 서평을 할 만한 육체적 능력이 이젠 없구나 하며, 절감하고 만다
<문자 살해 클럽>의 저자는 별도로 '독자 수면 클럽'을 운영하기만 했더라도 그 능력을 더 인정받았을 터... 아쉽다. 짧은 낮잠이 아쉬웠고 짧은 일요일이 아쉬웠고 시원한 에어컨 아래 휴식이 아쉽다, 문자는 도전이 아니라 휴식일 때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그 외 일본 책들이 몇 권 더 있고, 첫 문장과 첫 두장 정도를 재밌게 읽은 책들이 상당히 많은데 다음을 기약하고 만다...
실패한 독서 목록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