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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Nov 18. 2024

실패한 독서목록 02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가까이, 그녀>,<나이프>,<우리가본것>


뭔가 근사하고 편안한 쇼파처럼 보여 푹 몸을 맡겼더니

어김없이 슬슬 풍기는 비릿한 일본 특유의 낙관주의,...


책장을 덮고 난 순간 뭘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끔한 휘발성을 안겨주어 그가 아닌 다른 책을 찾게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


10년에 한 번 보면 좋을 그런 부류





80년대풍의 대사가 적은 회색빛 톤의 다큐스러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다소 비의는 살아 있지만 너무 성스럽게 그려놓은 1인칭을 제외한

주변 캐릭터가 너무나 진부하기만 해서 의외성이 없는 소품같다


뭐랄까? 이런 작품들은 국내 작가들도 쓸만큼 쓴 것 같다는 어떤 기시감이 든다




루시디에서 루슈디로 바뀐 표기


헌데 알파벳으로 Rushdie 가 Rush 그리고 Die 로 읽혀지면서

뭔가 아슬아슬했던 이 작가는


젊은 시절 항상 뭔가 느끼하고 비열한 인상으로 기억되었는데

지금의 얼굴을 결국 얻었다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다보면 든다


"폭력에 예술로 답했다"라고 하지만...

문학적인 복수라고 하지만...

그보단 그저 노작가의 회고록인데,

그 노작가의 도저한 입담과 스킬은 탈 지구급이라 인정한다손 치고,

실제로 너무 똑똑하기도 하고, 천재적인데 노력도 꾸준히 하는 그런 작가의 부류인지라,

복잡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복수는 책 2부의 가상 인터뷰에서 극에 달하는데, 대단한 끈기와 용기 무엇보다 글쓰기를 중단하지 않는 강인함과 뭐랄까 압도적인 쓰기 공력 같은게 느껴진다


대단히 희한한 사례이면서 유일무이한 연구서로 봐도 될만한,


최고의 입담과 글쓰기 스킬을 가진, 기량만큼은 젊은 작가들의 평균을 상회하는 노작가가

실패한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에서 극복해, 회복과 재활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뉴욕의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회복하며 이 모든 과정을 책으로 엮어내기 까지, 성공적으로 일단락을 짓는 전무후무한 그런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는 점에서 지극히 문학적이며 또한 지극히 넌픽션적이기도 한데,


문제는 루슈디라는 인간 자체가 페르소나에 너무 능해서,

이 미끈한 히어로인 1인칭을 작가가 자신의 완벽한 글감 소재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땅히 소설로서도 읽혀질 법하다.


아 잠이 와서 더 못적겠는데 뭔가 해석이 더 필요한 책임은 분명하다.


루슈디의 귀환


그냥 집어들어 후다닥 읽히는 종류의 책이긴 한데, 다 읽고 나면 루슈디에 대한 동정심이 금세 사라져버리게 되는 마법을 경험한다...


글쓰기의 마법때문인것같은데, 뭔가 또 속은 느낌.


 

 



어떤 책들은 소재부터 정치적 올바름을 다 가져가겠단 음험한 의도부터 풍긴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혹할만한 부제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단순한 작가는 아니니 사람들이 판단할하기 편하게 나름의 구조를 동원해서 입체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한다 

여기까지 썼으니 판단은 알아서 잘 하도록 알겠지!


그러나 실제 소설의 뚜껑을 열면 흠짓 호기심이 일다가도 점점 구질구질하기만한, 이야기의 이면이 전혀 없고 다소 편파적이면서 다소 즉흥적이며 또한 진부하기까지 한 어떤 사태와 마주친다


그냥 뻔하고 지루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서로의 약점을 후벼파서 관계가 파탄나는 지금껏 흔하게 바왔던 이야기일 뿐이고


작가는 신박하게 생각하고 썼을법한 결말도 이게 뭐야~ 란 비아냥만 느끼게 하는


한마디로 소재주의에서 그친 그런 소설…


유해 게시물 관리자로서 겪은 심각한 트라우마, 어떤 고도의 기능적인 시스템의 비인간성 그리고 소설화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인종이나 계급성에 대한 적절한 논평, 어느 하나 충실하게 이어지지 않고 있으니 어떤 공감은 제외한 채 실험실 모르모트 겪으로 치부하는 무능한 캐릭터들을 보고 있자니 좀 뭐랄까 독자를 그처 무력한 관찰자에 위치시키는데만 몰두하는 그런 형편없는 태도도 느껴진다 작가는 스스로 젠 채하고서 이 모든 걸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 달라고 종용한다


요즘 소설들이 유튜브 썸네일 처럼 자극적인 부제만 부각시켜 뭔가 클릭수를 올리듯 평가받고자 하는 그런 시류에 너무나도 부합하는 그런 책같다 


한편으론 미국의 테크 기업이 장악해서 이제는 인터넷 식민지 국가로 전락한 유럽의 문화적 식민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이고 내시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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