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동안 읽은 책들

F. 스콧 피츠제럴드, <바질 이야기> 외 3편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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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경길 KTX에서 읽었다.

아이들을 앞자리에 배치하고 뒤에서 노려보면서 읽었다. 솔직히 저자의 자전적인 성격이 짙은 어린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에 관심은 없지만, 읽다보면 역시 피츠제럴드! 라고 느끼는 문장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그 특유의 씁쓸한 맛에 혹해서 기대와는 달리 순식간에 읽히는 책이었단 생각이 든다.


줄거리는 바질 리라는 청년이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주로 기숙학교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과 일들을 망라하고 있다. 소년 시절 느꼈던 사소한 우월감과 연애에 대한 환상, 질투 그리고 과연 저 애가 나를 사랑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살떨리고 열망과 기대에 부풀어 내가 내가 아니던 시절의 몸짓들이 섬세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전달된다. 꿈같고 순간적이며 그래서 뒷맛은 더 씁쓸한, 한마디로 원하는 대로는 절대 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좌절이 반복되며 고개를 숙이는 그런 류의 소설은 또 아닌 것이, 발랄하고 가능성이 넘치던 시절의 아련한 향수와 영원토록 상류 사회의 가치를 꿈꾸며 지금의 현재에서 끝없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개츠비류의 남성적인 열망과 변덕스런 여성들의 대결구도가 여기도 끊임없이 변주해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음과 미성숙을 미화하고 치기어린 시절로 단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 모든 시절의 우리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비주류적인 소품이지만 그만큼 처연한 맛은 있는 그런 종류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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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걸작이란 생각이 든다.

요제프 로트의 책은 실패가 없다.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작가로, 발자크적이면서도 톨스토이적인 고상함과 인간 운명과 국가를 바라보는 숭고한 의미에서 개개인이란 캐릭터를 구축 가능한, 발군의 실력을 갖춘 작가이기도 하다.

특유의 시정과 아이러니가 묻어나오는 영화적인 장면의 연출실력은 발군이며 특히나 성적인 장면을 묘사하면서 관객을 숨죽이게 만드는 묘사장면도 압권이다.

걸작 영화감독이 분명하지만 스탠리 큐브릭도 타르코프스키도 아닌 또다른 시선으로 하나의 세계의 몰락을 보여주는 책이다.

번역도 굉장히 고심해서 한듯한 흔적이 느껴진다.

한 장 한 장 밀도가 높아서 읽는 내내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쉽고, 결말을 미리 예감하고 읽어내려가면서도 충분히 그럴 가지가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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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흑인 마르케스의 탄생인듯, 자유자제로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구사한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시선이 뛰어난 작가인듯 하다.

오랜만인듯하다 이런 류의 미국작가를 만난것이 좀 신선하달까,


맛깔난 이야기 솜씨에 어디선가 본듯한 캐릭터에 특유의 개성을 부여하는

구라의 힘을 보여주는 그런 작가


너무 착하기만해서 조금은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 고즈넉한 톤과 리듬이 뭔가 음악을 듣는듯한, 하지만 변주가 그리 내취향은 아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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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 호크의 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두 번 놀랐다. 이렇게 뻔한 플롯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 읽다보니 좀 치는데 하는 작가의 필력! 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 자체보다는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대사-그들이 즉석에서 내뱉는 애드립 같은 방대한 대사들이 꽤나 고심한 듯 느껴진다.


이 책의 편집자는 최대한 로우(raw)하게 작가의 원고에 대해 접근한 듯하다. 에단 호크의 정돈되어 보이지 않는 듯한 대사들을 가능한 줄이지 않고, 많이 살린 듯하다.


"완전한 구원"이라는 한글 제목이 좀 거슬린다.

그렇다고 빠른 순간 내비치는 "어둠의 밝은 광선"이라는 직역도 좀 어색하긴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걸 염원해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어떤 의지나 열망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초반부 지루함을 이겨내고 중반부에 몰입해서 휘몰아치듯 읽어내려가다보면 조금은 공감할수 있는 그런 연극을 보는 듯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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