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때론 한 작가의 여러 가지 책들을 골고루 빌려서 독서를 하곤 한다. <모든 것을 본 남자>가 데버라 리비의 최신 번역이라면, 그녀의 출세작 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기 버팀목이라고 해야 할 것은 국내에 역시 출간된 <살림 비용>(2021, 플레이타임)과 함께 'living autography' 시리즈인데, 그 첫 권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짧게 요약하자면, 어느 날 북받치는 슬픔을 피해 도피한 단골 여행지 숙소에서 써 내려간 '자기만의 방' 혹은 '자기만의 방보다 더 “유용한” 콘센트' 같은 글쓰기이다.
그녀가 도착한 상황에서 시작해, 담담하게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시절들의 에피소드를 펼쳐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흉폭했을 남아공시절 이야기들이 가장 코믹하고 가장 읽기 쉽게 마치 청소년 소설의 문체로 신랄하게 담겨있다.
독립적이며 흥미롭고 자전적이지만 2/3 이상은 픽션적이라 할 만큼, 이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자유롭게 풀어헤치는 느낌으로 리드미컬하게 쓰는 것 같아서, 그런 느낌을 받으며 술술 읽히는 기분이랄까.
뭔가 응원을 보내고 싶은 아기자기하면서 공감 가는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더해서 자신의 막다른 상황(창작 또는 삶의 문제...)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과거를 주욱 나열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작가라는 직업의 다층적 양상과 켜켜이 쌓인 단층들을 하나씩 해부하는 느낌으로 나열하며, 자기 치유와 더불어 어떤 확고한 의지 같은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봐도 된다.
이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봐도 좋지만, 보편적인 작가의 자아 성찰의 한 방편으로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작가라는 것은 과거의 나와 지금 현재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그렇다면 어떤 작가여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을 내놓는 한 과정으로 봐야 될 것 같다.
번역도 깔끔하고 읽기에 무난했는데, 이 시리즈를 낸 플레이타임의 책들이 일반 종이가 아닌 화보에 적합한 두꺼운 종이라 한 손으로 책 넘기기가 좀 힘들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