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에이모 토울스는 <모스크바 신사>, <링컨 하이웨이>등으로 알려진 미국 소설가로 뭐랄까 근래 보기 드문 보수적이면서 우아한 작가이다.
국내에서는 저능한 정치권 상황 때문에 보수적이란 말이 거지 같은 뉘앙스를 뜻하기에 늘 사용하기가 꺼려지는데, 에이모 토울스는 그야말로 사전적 의미에 부합할만한 보수적인 작가이다. 그렇다고 미국 공화당이 좋아할 만한 작가냐고 물으면 또 그렇지도 않다.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의 뉴욕을 배경으로 가능할 수도 있었던 평범하지만 다소 비범한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격조 높은 방식으로 주인공과 주변인을 소개하되, 서로의 패를 점검하고 때론 운명에 저항하며 때론 운명을 바꾸는 인간적인 요소들에 주목하며 이 시절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하되 절대 서두르거나 짜치게 말하지 않으며, 그 기품 있는 몸짓들로 캐릭터를 형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안락하기에 독자는 편안한 카우치에 앉아 이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감상한다는 뜻에서 품위 있는 먹거리를 다루는 장인의 솜씨 같은 게 느껴진달까. 격조 있지만 띠거울 요소가 전혀 없는 소박하지만 잘 만든 테이블 위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를 들여다보며 먹는 만족스러운 브런치의 편안함과 위안이랄까.
이 단편집은 다소 의외의 구성인데, 크게 '뉴욕'과 '로스엔젤리스'로 나뉘어 있고, 대게 뉴욕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작가이지만, '로스엔젤리스'편의 단편은 거의 장편소설 분량으로, 단독으로 발표한 적이 있는 '이브인 할리우드(2013)'를 다시 손봐서 실은 그런 작품이다.
'뉴욕'편의 단편들은 모두 섬세한 관찰과 풍성한 디테일로 작가의 따뜻하고도 인간적인 시선과 이야기꾼의 재능이 반짝이는 단편들로 채워져 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며 긴 여운을 자아내는, 일급 문예지에 실렸을 법한 퀄리티의 단편들이라 재독을 해도 즐거울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
'로스엔젤리스'편의
<할리우드의 이브>는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인 <우아한 연인>의 주요 인물이었던 중서부 출신의 미녀 '이브'의 뒷 이야기로, <우아한 연인>을 읽지 않아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작가의 <링컨 하이웨이>를 보면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을 장으로 사용해) 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을 택했는데, <할리우드의 이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주된 사건(마치 소프트한 <LA 컨피덴셜>을 연상케 할만한 누아르적 요소와 코믹한 요소를 섞어서 황금기 할리우드를 가로지르는 어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브'를 관찰하며 줄거리를 소화하고 있다. 때문에 4-5번째 장까지 읽어 내려가야 이야기의 희미한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전까진 조금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느껴졌던 빼어난 이야기 구성의 감각.
피카레스크적인 전형성을 기대한 독자의 뒤통수를 툭 치면서 전혀 예상과 벗어난 전개를 보여줘서 의외의 새로움이 있었던 <링컨 하이웨이>를 접한 독자라면
<테이블 포 투>는 그런 독자들에게 뜻깊은 '선물' 같은 감동을 줄 것이다.
나는 첫 작품 <우아한 연인>만 읽지 못했는데, 예전에 사놓은 현대문학판이 아닌 은행나무판을 찾아 읽고 싶단 생각에, 하지만 그 책이 당최 어디에 꽂혀 있는지 찾지 못해서였는데, 이번 <테이블 포 투>까지 봤으니, 도서관에 가서라도 '이브'의 프리퀄을 완독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너무나 폭력적이고 너무나 엔터테이닝하며 너무도 자극적인 소재들로 범벅된 읽을거리에 지쳤다면,
문학적 감동과, 순수한 상상력의 재미 그리고 교양 넘치는 문장을 갖춘 이 시대의 믿음직한 스토리텔러 에이모 토울스를 추천한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영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인공인 백작 역할은 이완 맥그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