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퍼시벌 에버렛
1959년생 작가로 그동안 20여 권이 넘는 다양한 소설을 집필한 미국 작가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는 유명한 미국의 고전,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에 등장하는 흑인 노예 '짐'을 주인공으로 하여,
짐의 시선에서 이 고전 속 시간을 탐험하며, 그 시절 엄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성장과 '글쓰기'라는 생존보다 더 중요한 주제에 관한 '탐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뭔가 의도적으로 교육적인 내용도 함축하고 있어서 교과서로도 쓰일 것 같은 그런 책.
솔직히,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읽지 않아도 충분하다(나도 안 봤음).
뛰어난 노예인 '짐'이 자신이 팔려간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헤어질 것이 두려워 탈출을 감행하고, 백인이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헉'을 만나 둘은 미시시피강을 따라 자유의 모험을 하게 되는데...
불굴의 주인공 '짐'은 전형적인 피카레스크적 소설의 궤적을 따라 흥미로운 군상들을 만나 곤경에 처하고 또 그 곤경에서 벗어나며 또 생각하고 말하고 자유를 백인의 우매함을 생각하고 말하고 또 탈출하며 틈틈이 글을 쓰는데...
1부 후반부 민스트럴쇼의 부분이 흥미롭고 다분히 영화적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빠른 장면 전환과 전개의 속도감이다.
작가는 다분히 트웨인적인 낙관적 미국주의라는 세계관의 장점인 우연적 만남과 사건의 재빠른 전환을 가져오는 작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장치를 잘도 가져와 섞으면서도, '작은 연필'의 무지막지한 상징성을 끝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소설 후반부의 전복적인 반전과 마지막 부분에서 책 제목이 나오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만큼 압도적이다.
다만 별점을 준다면 3.5/5점 정도로
전복적인 아이디어나 생생한 글쓰기, 그 시대로 잘 녹아들게 한 인물들의 배치와 민스트럴 쇼 단장의 노래 모음 등, 디테일면에서 훌륭하고 흥미롭게 읽힌다는 장점은 있지만, 너무 매끄럽게 읽힌다. 너무 교훈적이다. 정도가 단점이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트웨인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같고...
이 전에 흑인 작가로 퓰리처 소설 부분을 2회 수상한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나, <니클의 소년들>과 비교해서 재밌는가라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론 화이트헤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에버렛의 다른 소설들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화이트헤드의 모던하고 현대적인 기법과 내적 호흡이 더 흥미로웠다고 할까.
여하튼 미국의 동시대 흑인작가들이 비슷한 주제의식을 시대를 달리하면서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더 심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하는 것 같아서 익숙하지만 또 새로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