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단의 방문>, 제니퍼 이건
제니퍼 이건의 2010년 장편 <깡패단의 방문>을 아주 오래전 헌책으로 사놓았다가 읽어야지 하다가, 갑자기 읽어 내려갔다.
이 소설은 아마도, 20년 전 영화들에서 유행했던, 한 사건 또는 어떤 시절을 겪었던 일군의 등장인물들이 시간이 지나며 다른 모습으로 만나고, 또는 그들 중 한 명의 후일담이 서술되며, 현재를 복합적인 시선으로 보게 하는 그런 종류의 픽션 구조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따로 떨어져 보이는 듯한 각 장들의 반쪽짜리 완성도가 소설이 끝나며 끊어졌던 코드들이 머릿속에서 연결되는 그런 식의 구성을 따른다.
젊은 시절 펑크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한 후 락 음반사의 프로듀서가 된 베니(지금은 하강기)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주변인들, 과거의 여성들과 아이들을 중심으로 각각의 장들이 묘사되고,
때문에 선형적인 줄거리가 아닌 가닥가닥 지어진 이야기의 실을 독자가 꾸미면서 완성해 가는, 점차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또는 왁자했던 과거가 움츠러들거나 맥없이 바람이 빠지는 방향으로, 과거에도 지금도 기운이 빠지거나 운명의 일격을 받는 방향으로, 사방 뻗어나가는 그런 식이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장과 같은 포스트모던한 형식을 과감하게 사용할 있었던 지점도 이런 식의 독립적인 완결성 때문일 것이다. 독자는 어느 한 인물에 감정 이입하며 풍성해지기보다는 각 에피소드들에서 주변인물이었던 캐릭터의 위치에 강제로 서게 되면서 특정한 시점으로 이 과거의 사건들 기억들을 앞에 환기하게 되는데…
묘한 독서의 쾌감과 시간의 흐름이 가져오는 유쾌하지 않은 일격들 때로는 카타르시스와 관행들에 주목하게 된다.
나는 이건의 단편집을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의외로 고전적이란 느낌을 받아서 기본기가 탄탄하단 느낌을 받았는데, <깡패단>의 복잡다단한 구성이 꽤나 신선했다.
모두가 공감해야 할 만한 소재나 이야기는 아니지만 각색이나 영화적 변용 같은 기술적으로 난해한 부분들에 참고하기 좋은 그런 텍스트 같다.
개인적으론 재미있었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어떤 등장인물인지 헷갈리는 지점들이 다소 있어서 메모를 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앞부분을 찾느라 시간을 좀 낭비했다.
문체는 강직하고 단단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