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문학의 현재성

<너의 유토피마>, 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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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라는 작가를 전혀 알지 못한 채로 그녀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를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작가 이름을 검색해 보니, 상당히 많은 책들이 나와 있어서 조금 놀랬다. 오히려 번역가로서의 그녀가 번역한 책들의 목록은 기억나는 게 몇 개 있는데, 이렇게 많은 소설을 쓴 작가였다는 점은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거두절미하고 <너의 유토피아>는 적어도 내가 읽은 한국 문학 중에서 가장 동시대적인 책이다. 가히 세계문학의 한자리를 차지할만한 시의성과 형식조합이다.


<불사 주식회사>의 한국적 오마주라 할 만한 <영생불사연구소>의 깔끔한 블랙 코미디적 뒷맛, 인상적인 단편 SF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너의 유토피아>와 <One More Kiss, Dear>의 뛰어난 장르감각, 데드 스페이스류의 피 튀기는 코스믹 호러 장르의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전복적의미를 담고 있는 <여행의 끝>과 순한 맛 <언더 더 스킨>을 연상시키는 <아주 보통의 결혼>, 실제 사건을 상상력으로 승화시킨 <그녀를 만나다>와 <Maria, Gratia Plena>의 잘 정돈된 정치성, 그리고 <씨앗>에서 보이는 생태주의적 상상력까지...


SF 작가의 위상을 드높였을 뿐 아니라, 지금 현시대 비판을 위한 한국이라는 장소에서 문학적 상상력의 최전방에 홀로 전진기지를 세우는 듯한 모습이다.


한마디로 상당히 전투적인 작가라는 느낌이 온다. 직감적으로.


이런 생각은 소설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더 온전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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