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실패>, 클라로
작가이자 토마스 핀천이나 살만 루슈디 같은 영미권 저작의 불어 번역가이기도 한 크리스토프 클라로의 <각별한 실패>를 2/3쯤 읽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뭐랄까? 문학적 참조가 빈번한 90년대풍 허세 쩌는 은유 발랄한 글쓰기라 반갑기도 하고 뭔가 희귀하단 생각도 드는 간만에 보는 그런 문체였다.
번역가로서의 고뇌를 피력하는 번역의 실패에 관한 명상과 몽상, 그리고 어쭙잖은 아포리즘과 소설을 쓴 적이 있는 작가의 특징인 묘한 성질의 재미없는 단편들이 중간에 실려 있어, 전체적인 책 모양새가 다소 산만하고 쓸데없이 유쾌한 그런 책이다.
부제가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겉보기에는 그래서 실용적인 도움이 있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절대로 우아하게 말해질 수 없는 번역의 곤란함과 어찌저찌 그래도 해야한다는 식의 다짐을 재미없게 써놓은, 거기에 작가 자신의 독서 일기와 벤야민, 카프카, 페소아, 등 문학의 신전에 영구 박제된 작가들에 대한 찬사와 참조로 범벅된, 어느 문학 지상주의자의 행복한 읍소에 가깝다고....
한마디로 매우 매니악한 문학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라 느껴지기 때문에, '글쓰기'에 실패한 이들의 공감을 그렇게 많이 살 것 같진 않다. 왜 같은 이야기를 해도 혼자만 재밌게 말한다고 생각해서 주변의 주목은 받지만 공감은 받지 못해 곧 주변에 사람들이 다른 자리로 이동하게 만드는 그런 부류의 파티 참가자 같달까.
그렇다. 내심 프랑스 교양주의자들의 에쎄가 좀 그립기도 하다.
죽은 고전 작가들에 대한 번잡한 잡담을 찾아볼 시기는 이미 지난것이다. 언제나 늘 우리에게 부족한 시간은 이런 수다를 위한게 아니라, 작품의 재독에 필요한 바로 그 시간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