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 안드레스 바르바
국내에선 아주 생소한 스페인 작가 안드레스 바르바의 <작은 손>을 다소 힘겹게(?) 읽었다.
초반부 묘사와 몰입도는 아주 훌륭한데, 중 후반부 넘어가면서 다소 모호하게 처리한 시점과 형식의 기법들이 뭔가 문학적인 나름의 효과를 노리고 쓰이고 있음은 이해는 하는데,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했기에 사실성이라는 충격을 원했다기보다는, 그 상황을 주관적으로 파악한 후에 그 세계를 다소 추상적으로, 때로는 우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느껴지는데...
저자가 많은 영어권 고전 작가들의 번역가이기 때문에, 보다 낯선 방식으로 그 세계를 펼쳐 보이겠다는 문학적 야심이 들어간 그런 책이다보니,
솔직히 말하자면 내 취향은 아닌 것이라, 읽는 내내 고개가 좀 갸웃거려지는 그런 책이었다. 뭐랄까 실화 기반 이야기이지만, 구체적인 캐릭터의 대립과 호응을 연대기적으로 엮는 방식이 아닌, 이야기의 목소리를 상징적으로 처리하며 독자에게 많은 부분을 남겨놓는 방식인데, 그 부분이 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할까, 어떤 구체적인 악마성을 아이들 무리 전체에게로 향하는 방식이라, 그런 미지근한 접근이 결말까지 가서도 그대로 남아서 완결성을 저해했다는 느낌.
그래서 저 악마적이고 동물적인 아이들 세상을 어떻게 보야아 하는지에 관한 문제의식에 차마 다다르지 못하고 성급하게 마무리된 독서같다.
때로는 갸웃거리게 하는 책들도 중간중간 만나게 되고,
어떤 의도의 빗나감을 직면하게도 된다.
그럼에도 다른 언어권의 새로운 작가들의 번역된 문장을 만나는 일은 늘 재미있다.
안드레스 바르바라는 제목을 검색하다가 나는 그의 최신작 <빛의 공화국>을 서두 부분을 읽다 중도 포기했음을 기억해 냈다. 내용보다는 그 문체 형식과 이야기하는 화자가 내 머릿속에서 자꾸 연결이 되지 않고 겉도는 독서였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마르코폴로라는 출판사의 세계문학 기획은 언제까지나 국내 도서시장에서는 신선하고 희귀한 종류인지라, 늘 이 출판사의 신간들을 나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