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후안 호세 사에르
11월이 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여러 가지 서사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내가 올해 읽은 가장 충격적인 소설을 꼽자면 바로 이 책 <목격자>이다.
후안 호세 사에르라는 처음 듣는 아르헨티나 작가가 쓴 짧은 이 책은,
70대 노인이 10대 시절 식인 풍습이 있는 원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에 도착해서 최후의 생존자로 남아 기적적으로 고국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 사실적이며 엄청난 핍진성 때문에, 지금 이 책의 서지를 찾는 동안, 후한 호세 사에르라는 작가가 아니라, 이 소설이 16세기 이런 모험을 겪은 화자의 수기라고 잘 못 기억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살벌하고 쫀쫀하며 우리가 읽었던 어떤 식인종에 대한 묘사보다 더 사실적이며, 전혀 흥미위주가 아닌, 그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는 듯, 숨죽이며 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안개 같은 광기의 스펙터클을 심도가 깊은 광각 렌즈로 가만히 관조하는 듯한 묘한 경험을 주는 책이었다. (사실 심도가 깊은 광각 렌즈는 있을 수 없지만) 그만큼 작가가 선택한 화자의 그림 같은 기억 이미지가 주는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작가는 실존적이면서 엄숙한 자연주의적 기법으로 지극히 모던한 테마를 구현하는데, 말하자면 원초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설처럼 느껴져서, 이런 소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말하자면, 배우 멜 깁슨이 감독한 말 그대로 미친 영화 <아포칼립토>에서와 같은 '광기'에 서린 비이성적 문명이 장악한 그 시절 공기 일부를 실감 나게 냄새 맡을 수 있었단, 추적할 수 있었단, 그런 생각도 든다.
그것은 어쩌면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일차적, 언어적 단절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고, 그 몸짓들과 표정들과 냄새들이 우리에게 미처 입력된 적이 없어서, 어떤 반응을 발산해야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어버버한 상태의 무기력함에서 근원하기도 하지만, 딴에는 이러한 무방비 상태의 정보들이 그간 어떠한 기대지평에서도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공포감에서 기인한 것일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부디 이 마르코폴로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또다른 책들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