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빼고 다 맘에든 페니키안 스킴

<페니키안 스킴>, 웨스 앤더슨, 2025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오랜만에 웨스 앤더슨 영화를 봤다. 순전히 베니치오 델 토로 때문이다. 요즘 그가 적절한 분량만 챙겼던 영화들 밖엔 없었기 때문에(<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그의 연기를 종일 볼 수 있었던 것이 이 영화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베니치오가 <시카리오>로 대중에게 다시 각인되기 전, <웨이 오브 더 건>이라는 영화에서 젊은 시절 배니치오의 총격씬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랬던 그도 나이 들고, 얼마 전 본 <F1>의 브래드 피트도 나이 들고, 여하튼 그들이 또 새로운 배역을 맡아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것들이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은 고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연히 간 나이트클럽에서 항상 연주하던 연주자를 오랜만에 만난 그런 기분.


영화 <페니키안 스킴>은 가족 간의 화해라는 결말을 목표로 그 아름다운(?) 결말에 이르기까지 다소 거창하고 만화적인 설정과 모험을 뚫고, 평면성이 강조된 미장센을 훑고 지나가며 유람하는, 한 땀 한 땀 제작된 스톱 모션 에니매이션 같은 아기자기함이 있는 영화이다. 근데 아이들이 뭉텅이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주 오래전에 본 <로열 테넌바움> 같은 느낌도 들었다.


웨스 앤더슨이 실사 거리와 같은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다시 영화를 찍을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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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는 이영화에서 자자 코다가 쓰고 나온 안경디자인이 별로였다. 이를테면 뚱뚱한 캐츠 아이 스타일로, 빈티지한 풍부한 시대성은 느껴지지만, 저 윤곽과 엘레강트한 라인은 여성의 그것이지, 베니치오라면, 같은 유선형 기반의 페르솔 모델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올리버 피플스의 제품이라고 하는데 너무 현행 느낌이라 별로다.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는 쉴새없이 담배 피는 장면이 나온다. 가능한 번잡스러운 엔트로피의 증가이지만 앤더슨이 보기에 미니멀한 캐릭터 연기의 한 부분을 채워넣을 수 있는 훌륭한 소품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때로는 시가로 떄로는 파이프로 때로는 연초를 입에 무는 등장인물들의 경쾌한 동작이 그의 차가운 구도나 연기에 자연스러움을 준다. 2차원에 적절한 3차원의 환영을 주는 소품으로서의 담배.


그외 기억나는게 없다.


이 영화에서 죽기 직전 흑백으로 연출된 천국으로 가기 전 심판 장면 같은 무대가 반복적으로 연출되는데, 다분히 종교적 속성을 강조하지 않은 방식의 연출과 과장된 분장들을 재밌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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