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자들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 12세 관람가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셀린 송 감독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오랜만에 넷플릭스 영화를 봤는데,

한국계 셀린 송(<넘버 3>를 만든 송능한 감독의 딸!)이 만든

할리우드 A급 배우들이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머티리얼리스트>


제목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원래대로 옮기면 유물론자들, 정도가 되겠지만, 한때 마르크시즘의 맑스, 마르크스가 마르스로 순화(?) 표기되는 작금

유물론자란 표현도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사어 같은 면이 있다는 점에서 제목을 직역이 아닌 발음대로 옮겼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이런 생각이 든다.


영화는 꽤나 비용이 많이 드는 매칭애플리케이션의 관리자급인 주인공 루시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녀의 직업은 쉽게 말해 부유층을 위한 중매쟁이 정도.

그럼에도 꽤나 높은 성공률(결혼까지 이르게 하는 매칭 테크닉 및 고객관리 능력)로 나름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녀에게 결혼이란 구애자들은 모든 것을 데이터화해, 급에 맞는 이성을 서로에게 소개해주는 일종의 차트화된 비즈니스 모델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까다로운 조건이라도 그녀는 자신감과 기세로 매칭을 시작한다.

당연히 물질적 조건과 신체적 조건이 중요하게 되고, 그런 그녀가 최근에 성사시킨 결혼식 피로연에서


적극적인 작업을 거는 펀드 매니저 해리(페드로 파스칼)와

마침 피로연 케이터링 웨이터로 알바를 뛰고 있는 본직업이 배우인 전 남자 친구 존(크리스 에반스)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루시-해리-존의 삼각관계


물질적-신체적 조건이 넘사급인 ‘유니콘’ 등급 해리와

물질적 조건이 제로에 소급하는 배우 전 남자 친구 존을 두고 루시가 과연 누굴 선택하게 될지가 관건이 되는데…


모든 것의 결정적인 문제는 그녀가 늘 했듯이 서로의 물질적 조건에 맞춰 남녀를 소개시켜주는 일을 막상 자신에게 적용해봤을때, 해리와의 관계에 뭔가 삐거덕 거리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알아채기 시작하면서다. 해리가 신장을 높히는 수술을 받은 것은, 저 훌륭한 치열한 결혼 경쟁을 위한 적절한 투자이기 때문에 예외이지만, 결국 해리와 루시 사이에 빠진 것은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이라니...


이 영화는 마치 90년대 말 한국 영화를 보는 듯, 감정선이 한 두 템포정도 느린 연기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보통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에서 나오는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사들의 쾌감이 아니라, 대사를 받아치기 전에 뜸을 들여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 드러나는 연기를 볼 수 있다. 그래서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가 어색하면서도 뭐랄까,

잘 어울리진 않지만 진정성 같은 게 보이는 듯한 연기를 펼친다.


다코타 존스가 연기한 루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크리스 에반스와 그렇게 어울리는 것 같진 않은데, 오히려 페드로 파스칼의 존재감이 이 영화의 시선을 대부분 사로잡았다고 본다. 반면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존의 찌질한 면모는 한국 드라마스럽다.


뜬금없는 처음과 마지막의 원시인 연인 씬은, 이게 뭐지? 싶은 좀 지나치게 심각한 상상적 고증이랄까? 없어도 될 부분 같아서 좀 의외였다.


여튼 한 템포 느린 박자로 전개되는 뉴욕 로맨스라는 점에선 환기시키는 면도 있는 그런 영화인 듯하다. 존이 전화를 받는 씬에서 보이는 풍경과 조명들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제목으로 돌아오면 전혀 로맨틱한 사랑과 별개인 듯한 제목을 사용해서 관객의 시선을 돌려놓는 것에는 성공한 듯.

‘사랑’이란 게 결부되지 않은 유물론을 믿지 않는 매칭 관리자라는 설정이 다소 유치하다고 할까…


평점은 5점 만점에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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