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 에이미 존스
우리는 가끔 이런 책을 원한다. 바로 이야기의 전달 방법인 이야기 구조에 관한 책들을. 이런 구조-플롯을 우리는 의식하고 독서에 뛰어드는 건 아니지만, 독서경험이 쌓이면서 누구나, “이 서두는 참신함이 부족해.”, “결말의 반전이 너무 설득력이 없잖아.”, “이 인물이 그렇게까지 할만한 동기가 앞에 있었나?”, ”여기까지가 복선이겠지! “, 와 같은 부지불식간에 이야기의 구조를 나름 파악하고 의견을 내기 마련이다.
100페이지 약간 넘는 스마트폰보다 약간 큰 이 책은 아주 간결하게 아리스토텔레스 시학부터 지금까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플롯의 구조를 다양한 도표로 구조화해서 필요한 만큼만의 설명을 붙여 완성했다. 그래서 가볍게 읽기 좋고 다시 꺼내보기도 좋다. 주로 글을 쓰는 작가나 드라마 시나리오 검토에도 좋겠지만, 가끔은 이런 구조에 관한 계략적인 지도를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그간 읽었던 책들에 대입하다 보면, 좋은 소설이라 생각했던 몇몇 작품들이 플롯 또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이 책에 나오는 구체적인 용어들 예를 들어, 이야기의 중간부터 시작하는 "in media res"(인 미디어 레스)니, 서사적인 실제 시간을 나타내는 파불라(fabula)와 이야기를 쳬계화하는 줄일 수 있는 전달 방식인 슈제트(syuzhet), 각각 플래시백(과거 회상)과 플래시 포워드(미래 전조)를 뜻하는 아날렙시스(analepsis), 프롤렙시스(prolepsis)등의 용어들은 굳이 암기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이야기 구조를 갖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심지어 광고 등에서 이러한 이야기 전달 방식들이 효과적으로 사용된 만큼, 학습을 많이 한상태로, 어떤 영화나 어떤 장면이 기억이 난다면, 그 이야기 전달 방식이 그만큼 보편적이면서 세련되었음을 뜻한다.
한편, 나는 소설가 커트 보니것이 소설 작법에 대한 책을 쓴 적이 있었음을 알게되었고, 그만의 이야기 구조에 대한 명칭들이 다소 웃겼지만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조지프 헬러의 대표작 <캐치 22>가 이처럼 치밀한 스킴을 통해서 세밀하게 작성한 플롯 개요를 통해서 저술되었음은 뜻밖의 발견이다.
이야기의 전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은 마케팅이 이미 우세를 점한 분야이기도 하고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방법 또는 보이스피싱의 치밀한 전략등에도 관련이 있다. 더욱이 허황될수록 더 많은 감정 투여를 통해 환상을 창출할수록 더 극단적인 방법의 플롯이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소모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우리가 피로한 이유는 이러한 구조들이 마음을 릴렉스하게 하지 않고, 실제 상황 속에서 그 일부로서 기능하도록 우리를 그 구조에 맞춰야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결말은 당연히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이 불변의 틀을 영원히 의식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삶의 기술과 삶의 구조가 이야기의 그것과도 당연히 닮아 있고, 우리는 일상의 경험과 여행의 작은 서사들로 우리의 삶을 그 구조에 맞춰 채워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