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패러독스물은 처음이신가요?

<고요의 바다에서>, 에밀리 세인트존 멘델, 강동혁 역, 열린책들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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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세인트존 멘델은 <스테이션 일레븐>, <글라스 호텔> 같은 책들이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캐나다 출신의 뜨는 SF작가이다.


예전에 순전히 궁금해서 <스테이션 일레븐>의 앞부분을 잠시 읽었던 적이 있는데, 다분히 서정적인 문장들이 기억난다. 물론 다른 책을 읽느라 다 보지는 못했다. 내 취향이 조금 아닌 듯도 했고, 그러다 문득 책을 집어 들어 후루룩 읽어버린 책이 이 책 <고요의 바다에서>이다.


대략 요약하자면, 25세기 지구에서 시뮬레이션 우주라는 가설을 입증할 수 있는 어떤 현상을 발견해서 그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주인공이, 각각의 장면별로 시대를 달리하며 파견되는데,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스스로가 시간 간의 틈입을 만든 장본인(?)이 된다는(제대로 읽은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용으로...


500년 간의 시공간 변화와 5명의 주요한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이 마주친 특이 현상들을 훑어 가며 시작하다가, 다시 각각의 시간대에 주인공이 특파되어, 주인공들의 운명을 변화시켜 가는, 뭐랄까 운명적인 주인공의 일대기 같은 느낌으로 마무리되는데, 일단 구성 자체도 영리했단 생각이 들며,


서정적인 문체와 풍성한 캐릭터를 연출해 내어서, 작가가 상정한 20세기 초 캐나다에 유배(?)당한 18세 젊은이와, 21세기 금융 사기에 연루된 인물들, 23세기 또 다른 펜더믹이 부흥하는 동안 책투어를 다니는 영민한 SF작가(에밀리 세인트존 멘델 자신을 연상케 하는), 그리고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 리처드와 그의 천재 과학자 누이 조이까지. 독자가 쉽게 이 각각의 인물들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은 이 얽히고설킨 타임패러독스 특유의 숭고한 침묵을 자아내는 원초적인 장면의 순간을 재현하면서 마무리되는데,


고요한 일렁임 속에 잦아드는 뒷맛의 여운이 있다면, 애초에 이 소설 혹은 이 모험이 왜? 시작되었는지는 다시 소설을 읽어 내려가면서 단서를 찾아 연결하는 방식이 될 것 같은데...


뭐랄까, 주제나 형식, 인물은 납득이 되지만, 이 이야기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에 대한 동기가 주인공의 내면에서 찾아지는 운명적인 운명론, 같은 동어반복 같아서, 마치 지금 당신이 있는 현실이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면?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책에서 대답하는 것처럼,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쓰여야 하는지? 에 대한 독자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그래서 어쩌라고"로 반복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리처드가 행복한 노년을 보냈다면 박수를 쳐주고는 싶은데, 아예 더욱더 친절하게 위에 열거했던 인물들 각자의 끝맺음을 암시나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서술해 주는 방향으로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참견을 해본다.


다시 읽으며 리뷰를 정리하고 싶지만 읽을 책은 너무도 많아서 여기서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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