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큼 매혹은 없던데...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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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브엉의 첫 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를 보다가 1부만 보고 던져버렸다...


책 제목만 매혹적인 거 아닌가?


저자는 첫 시집으로 T. S. 엘리엇 상을 수상한 전도유망한 젊은 시인인데, 이 첫 소설에서, 기구한 운명에 직면했지만 마침내 미국으로 오게 된 자신의 할머니, 17에 자신을 낳았고 지금은 네일숍을 운영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영어를 읽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편지 형식으로 시작한다.


시작은 좋다. 적절한 비유와 아름다운 문장들 비유와 감각적인 이미지가 전편에 흐른다. 대신 서사는 취약하다. 기억에 기억을 중첩하는 느낌이랄까, 지금의 시인의 언어로 과거 자신과 어머니 할머니까지 투영하려다 보니, 군데군데 적나라한 언어나 사실들이 폭력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뭐랄까, 지나치게 삽화적이고, 지나치게 숭고한 존재로 이들의 과거를 꾸며내기에(?) 열중한 느낌이 든다. 그게 실익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이것은 순전히 미문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아름다움은 공포의 감정에 가까운데, 연민하는 대상에 대해서 쉽게 아름다운 문장이나 호흡을 남발하면 지나치게 독자를 무감각하게 만들어 다음 문장에선 곧장 지루해지기 쉽다. 서술적 자아를 더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건 아닌가? 그래서 이 소설은 서사보다는 시적인 가족의 자화상, 그리고 그 속에서 이런 나를 제발 좀 알아줘 같은 응석으로 받아들이고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별로 매력적인 글은 아니었던 것 같다. 1부 마지막에 나오는 타이거 우즈 얘기는 도대체 왜 나온 것일까? 타이거 우즈 나무위키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자세히 적었나?


오션 브엉의 첫 시집인 <총상 입은 밤하늘>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왔었는데, 이 책을 찾다가 보여서 몇 편 읽어봤는데, 시를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머릿속에 내용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시라는 게 특성상 이처럼 급하게 봐서는 안 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몇 개의 시 구절들이 눈에 들어와서 읽어 내려가면, 번역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보통의 번역시 조차도 밀어내는 고유의 리듬이 있는데, 브엉의 시들은 이 리듬을 어디서 어떻게 끊어야 할지 모르겠단 느낌...?


그의 시속에서는 단일한 화자나 인물이 아니라, 또 다른 목소리가 숨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앞에서 감탄한 모양을 저만치 멀리서 관조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또는,


하나의 이미지와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것들을 분절화해서 쌓은 후에 다시 돌아보게끔 만드는 그런 전략들을 세우는 것 같은데, 그 맥락이나 디테일들, 부분적 이미지가 일단 좀 모호해서, 통합되지 않아서, 맛을 모르는 섞어찌개를 대하는 느낌이다.


뭐 여하튼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뒷 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아서, 읽기엔 좀 힘든 그런 책으로 일단 판단을 내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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