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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r 16. 2024

에피파니 연대기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 

기대 없이 읽었다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란 책 

"오토픽션" 이란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될 만큼 초반부 집중력이 뛰어나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어려서부터 천재가 맞고, 엄청난 재능과 기교를 지는 미술학도였다.  

그는 자신의 욕망과 솔직함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 현대적인 예술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누구나 거리낌 없이 순수하게 진행하기 힘든 예술의 원칙의 고수하기로 마음먹는데 


그것의 물꼬를 뚫어준 것은 당시 경직적이고 동성애자 처벌 법안이 있었던 영국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와 뉴욕이다

호크니의 그림이 왜 미국 캘리포니아의 햇볕과 색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왜 그 그림이 현대적이고 미국적인지 당시 미국의 위상과 맞물려 해석할 수 있다. 

'60년대 미국의 캘리포니아란 이런 곳이다!'  


거기서 인생의 연인을 만나고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같은 작가와도 친분을 맺으면서 데이비드는 빼어난 관찰자의 입장에서 친구와 연인들을 기록하고 사진처럼 간직한다. 

그는 새로운 기법에 대단한 호기심을 보이는 구상화가다.  


멸종 단계에 이른 구상화가로서 원근법에 대한 고민과 어찌 보면 폭로라고도 할 수 있고, 평론가들에 대한 반감은 그의 곤조를 더욱 키우고 더욱 몰두하게 만든다.  


후반부는 다소 지루하고 죽음의 대잔치마냥 우울하게 진행되는데, 에이즈 또는 췌장암으로 동료들과 친구들이 죽어나가고 그는 몇 번의 쓰러짐과 회생을 반복하며 그림을 그려나간다. 

 

노년이 되어서도 계속 그림을 그려나가는 고독한 일상들이 반복된다. 뭘까 그런 몰입의 순간과 시도하지 않았던 기법들을 또 펼쳐 보이게 하는 기분은 무엇일까?  


작가 카트린 퀴세는 엄청난 상상력으로 데이비드 자신이 되어 그의 예술 경력에 위치한 중요한 인간관계와 위기 그리고 극복의 순간과 에피파니의 공간을 추적해 나간다. 

마치 우리 자신이 데이비드가 되는 경험을 주는 성공적인 자서전의 견본이라고 봐도 충분하다. 

 

특히 데이비드의 주요 작품들이 어떤 관점에서 시작되었고 소재와 테마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아주 상세하며 적확하다고 느낀다. 책뒤의 묘사된 그림들 제목을 구글로 검색해 보면서 책을 번갈아 본다면 이런 그림이었구나 도움이 된다.  


초상화, 2인 초상화 엄청난 그림들과 중 후반기에 시작한 포토몽타주 기법등은  

순수한 예술가의 초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폴라로이드에서 시작한 포토몽타주는 사실상 카메라 촬영 기법이 거의 무의미한 하나의 장면을 수백 장을 찍어서 인화한 사진을 펼쳐놓은 것으로 


당연히 고전적인 원근법이 무시된 각각이 초점이 맞게 되는 그런 장면들로 실제 우리의 시야에서 보는 것보단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런 시도들은 새로운 시각을 통한 감정이 머무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그의 그림의 존재 의미라는 점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많은 것을 시사하게 만드는 작업이고 후학들이 참조할 만한 부분이 맞다.  


여러모로 유익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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