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 관하여>, 수잔 손택
수잔 손택의 <여자에 관하여>에 실린 <매혹적인 파시즘>을 오전에 잠깐 읽었다.
레니 리펜슈탈이라는 1930년대 나치 선전 영화에서 특유의 재능과 파시즘 미학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의 작품이 70년대 미국에서 스물스물 복권되는 추세와 그녀가 당대 발간한 수단 남부의 누바족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비판하며, 스스로 나치 부역의 사실을 숨기거나 의도적으로 은폐, 축소시킨바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서두가 인상적이다.
레니 리펜슈탈과 나치의 제3제국을 이상화한 선전영화는 풍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상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때문에 리펜슈탈의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미학적 효과나 완성도, 그 파시즘 미학의 본질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것같다. 다만 손택이 비판하고자 했던 부분의 정당성과 그 딱부러지는 언어는 작금의 현재에도 비평가들이 항상 인지해야할 책무라는 생각이 든다.
레니 리펜슈탈은 그 이후에도 살아남아서 꾸준히 정력적으로 활동을 하고 100세 가까운 나이까지 삶을 누렸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손택의 인터뷰를 대략 훑어봤는데, 상당히 명쾌한 논리구사와 이렇게 깔끔하게 자기 주장을 펼칠수 있다는데 더 놀랬다. 번역의 품질도 매우 명쾌하여 또한번 놀란다.
윌북에서는 <여자에 관하여>이외에도, 손택의 대표작인 <해석에 반하여> 및 여러 에세이-평론들이 시리즈로 나온다고 하니 주목해서 봐야할 것같다.
나도 대학시절 <해석에 반하여>를 이후 라는 출판사 판으로 보면서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역시 세계문학에 심취했던 시절이라, 손택이 쓴 에세이들에 나오는 해외 저자들의 서지를 검색해본 적이 많았다. 명민한 독자로서 손택의 취향을 엿보고 싶어서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생각해보면 그 시절도 벌써 20여년이 지난 시절이니,
새로운 번역으로 손택을 읽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인듯하다.
무엇보다 반지성주의라는 요즈음의 인터넷 문화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명확성과 지성의 아우라를 풍기는 손택의 통찰이나 감수성은 지금 더없이 필요한 것같기도 하고...
요즘 한 권의 책을 통으로 읽기가 조금 지치는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군데 군데 찾으면서 인터넷도 뒤져가면서 한편의 에세이를 느긋하게 읽을 시간을 부디 갖고 싶다.